전주교구의 작은 교회 공소를 찾아서(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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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10-05 조회 1,292회본문
임실성당(주임=이완재 신부)의 관할인 신전공소(임실군 관촌면 신전4길 15-2)는 1898년 설립된 나지막한 한옥 공소이다. 본래 공소는 지금의 옆쪽에 있었고 현재 공소는 80년 전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철우(발바라, 90, 前공소회장) 형제는 신전공소의 시작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 발바라 형제의 증조부이신 이석봉 형제가 1896년경 아버지 묘 자리로 명당자리를 찾다가 발견한 곳에 다른 사람의 묘가 있었는데, 그 자리가 너무 좋아 위에 다시 아버지의 묘를 쓰게 되었다. 얼마 지나 이것이 탄로가 나 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당시 전주성당(현 전동성당)보두네 신부님의 도움으로 다른 곳으로 묘를 옮기게 되고 그 분묘사건을 계기로 경주 이씨 집안사람들 모두가 세례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이석봉 형제는 신전공소의 초대회장으로 본인의 집을 공소로 사용하면서 교우촌을 형성하게 되었다.
현 공소는 98평(324m2), 건평 22.7평(85.6m2)으로 2016년 4월 공소 내·외부 보수공사를 진행, 2017년 12월 마당에 새로운 성모상을 모셔왔다. 마을 전체가 40여 명의 신자들로 이루어진 교우촌이다. 이 발바라 형제는 2017년 12월 공소회장을 퇴임하고 차정석(이시도르, 75)형제가 새로운 공소 회장이 되었다. 현재 교적 신자 수는 29명이고 주일미사 참석자는 10명 내외이다. 공소 내·외부 공사 중 석가래에 설립 년월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풀이를 할 수 없어서 그냥 덮어 버렸다고 발바라 형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당에 세워진 종탑 밑 시멘트 바닥에는 1978년 4월이라고 쓰여 있었다. 임실성당을 지을 때에 공소 어르신들께서 일주일씩 부역을 하며 신앙으로 버텼다고도 말씀하신다.
신전공소 신자들은 매월 첫째 주일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임실성당에 가서 미사 참례를 한다. 둘째, 셋째, 다섯째 주일에는 공소예절을 하고, 넷째 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오셔서 미사를 집전하신다. 신전공소 미사 시작 전, 유모차 워커에 의지해서 들어오시는 어르신들이 88세, 87세, 86세, 85세로 순서대로 들어오신다. 거동을 못하시는 분은 집에서 기도를 하신다고도 했다.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로 공소는 작아지고 있지만 공소미사를 기다리는 교우들은 매월 한번 있는 주일미사를 마냥 즐거워하신다.
이시도르 형제는 임실성당 사목방문 시 주교님께서 이곳에서 미사를 해주셨다고 자랑도 하셨다. “故 지정환 신부님께서 양 3마리를 이곳에서 키우기 시작하면서 많은 고생을 하셨다. 그 결과로 유명한 임실치즈가 탄생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으신다.
자매님 한분은 신자 수가 워낙 적어 한 가족이 모여서 미사를 드리는 듯한 신전공소는 서로를 형제지간으로 여기고 산다고 말했다. 미사 후 김교동 신부는(취재 당시 임실성당, 현 요촌성당) “이곳은 선교사의 도움으로 많은 분들이 개종했다고 한다. 이곳 출신으로 2분의 사제도 배출되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신전공소는 이씨와 차씨 일가친척으로 이루어진 신앙공동체이다. 오랜 세월 유지해온 공소에서의 삶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주님 안에서 서로 의지하며 건강하게 신앙생활을 영위하길 기도했다.
취재 | 이진주 마리안나(교구 기자단), 사진 | 강우정 마리아(교구 가톨릭사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