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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숨결까지 복원하는 마음으로 - 전동성당 내 십자가의 길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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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6-30 조회 1,4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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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동성당(주임=남종기 신부)의 역사는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가 전주 남문 밖(지금의 전동성당 자리)에서 순교한 일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1893년 보두네 신부가 지금의 자리에 있던 집을 소성당으로 개조하여 임시 성당을 마련한 이후로 이어져 오다가 1897년 뮈텔 주교의 본당 방문을 계기로 십자가의 길을 설치하게 된다. 그러나 6.25 전쟁 중 인민군에게 본당이 탈취되면서 십자가의 길 또한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1955년 이완규 형제의 기증으로 십자가의 길이 재설치 되기에 이른다. 이때 설치된 십자가의 길이 답동성당(인천교구 주교좌성당)의 것과 유사해 같은 시기에 제작되었던 것이 아닌가 추정되어 전동성당의 십자가의 길 14처 역시 제작된 지 100여 년이 지난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복원작업은 전임신부였던 여혁구 아우구스티노 신부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그동안 손상된 부분만 임시방편으로 손봐오던 것을 원형에 가깝도록 복원한 것이다. 복원을 주도한 좋은성물연구소의 고승용 루카 작가는 처음에는 기존 칠이 일어나거나 하자가 발생한 부분을 제거하고 표면조직의 강화처리 및 유화 페인팅 작업으로 계획되었으나 각 처마다 상태가 달라 각각의 상태를 분석하는 것으로 복원작업을 시작했으며 과거에 추락 또는 충격사고로 전체적 파손이 있는 것과 과거의 수리과정에서 내부수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겉에만 실리콘을 발라 상태가 심각해진 것 등으로 작업내용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복원은 원래의 상태를 되찾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으며 이를 위해 제작 당시의 물감이나 알료, 재료를 고증하고, 앞으로를 위해 새로운 공법으로 내구성을 높이는 작업에 중점을 두었다고 했다.

전동성당 장은수 요한 형제(사목회장)는 그동안 여기저기 손상된 십자가의 길을 보며 신자들이 안타까워했는데, 신부님의 제안으로 복원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며 다행히 사순시기 전에 복원을 마쳤고, 전통적인 기법과 최신 기법을 함께 사용해서 원형에 가까운 14처로 다시 탄생시킬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2021년 사순 시기는 새롭게 복원된 14처와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칠 수 있어서 신자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신자들과 함께했던 십자가의 길 14처에는 그 앞에서 예수님과 함께 걷고자 했던 수많은 신자의 마음 또한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결까지 되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복원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또 오랫동안 신자들은 14처를 걸으며 예수님이 걸으셨던 그 길을 떠올리고 감사하며, 자신의 삶을 예수님의 길 위에 겹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취재 : 김동옥(교구 기자단), 사진 : 전동성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