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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시선으로 촬영한 80년대 민주화 현장

- 군산대 사진전 ‘立春, 6월에 봄이 오다’를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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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2-04 조회 1,5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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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春, 6월에 봄이 오다라는 주제로 군산지역 민주항쟁의 역사를 담은 사진전이 작년 말부터 128()까지 군산대학 박물관에서 열렸다. 군산대학 역사 철학부 역사전공 4학년 학생 넷이서 기획한 사진전에는 독재에 항거하던 시민들의 움직임이 생생히 표출되고 있다. 최루탄의 자욱한 연기 속에 몸을 움츠린 시민들, 민주화 현수막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청년들, 시위대에 마실 물을 주는 아주머니들, 시민강좌 현수막이 내걸린 오룡동성당 이제는 먼 기억 속에 사라져 간 민주화의 고된 여정이 사진 속에서 다시금 날개를 편다.

이번 전시회의 사진들은 박창신(베드로, 80) 원로신부가 군산 오룡동성당에서 사목 할 당시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찍은 것이다. “1980년대에 시위 현장은 아무나 찍을 수 없었지요. 학생이나 시민들이 사진을 찍으면 경찰에 빼앗기고 붙잡혀 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제라는 고유의 신분이어서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어언 30년이 넘었는데 이 사진들을 젊은이들이 다시 세상에 드러내 주니 대견합니다.”라고 박 신부는 말한다.

이번 사진전 기획멤버 중 하나인 김주영 학생은 군산의 근대사를 공부하면서 박창신 신부님이 촬영한 군산 민주항쟁에 관한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진들을 전시하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았어요. 신부님께서 미래가 암담한 상황에서 자기희생과 시간투자를 하면서 민주화운동을 이끈 것이 놀랍습니다.”라고 말했다.

84년 군산 오룡동 성당에 부임한 박창신 신부는 군산 민주항쟁의 정신적 지주로서 자리매김하였다. 억압당하는 약자들의 권익을 위해 인권위원회도 결성하였다. 박 신부는 군산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당시 찍은 사진의 필름 7,000여 장은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전주지부에 기증했다. 전시를 주관한 학생들은 이 단체의 허락을 받고 스캐닝 작업을 거쳐 민주화운동 사진 40여 점을 이번에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오룡동성당 재임 시 매월 한차례씩 열었던 <군산 시민 강좌>의 녹음테이프들도 진열되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세상에서 늘 군중과 함께 하셨지요. 우리도 교회 안에만 머물지 말고 세상을 향해 외치고 행동해야 합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80년대의 오룡동성당은 군산시민들에게 민주화의 성지로 각인되었다.

선교란 세상을 올바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박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가 70년대에 독재에 맞서 용감히 행동에 나섰기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들었습니다.”라며 천주교회가 선교의 정점을 기록했던 당시를 떠올린다. 여산성당에서 봉직할 때,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리다가 테러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우리 교구는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사제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민주화운동을 한 역사가 있습니다. 그때 교구 주보인 숲정이의 칼럼은 인기가 굉장했어요. 부조리한 세태를 향한 예리한 논평에 시민들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자신이 독신 사제이기에 몸 사리지 않고 행동에 나설 수 있었다는 박창신 신부. 지금은 원로사목자로서 익산에서 자활센터와 청소년 쉼터를 돌보고 있다. 길 위의 사제가 찍은 민주화 현장. 그 생생한 움직임이 현실에 안주하고픈 우리의 정신을 흔들어 깨운다. 

글 | 신현숙(교구 기자단), 사진 | 군산대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