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聖召)의 길잡이, 그리스도인 공동체 전체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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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5-04 조회 2,805회본문
“예수 그리스도를 닮으려는 갈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올해 사제 서품식에서 새 사제 대표로 인사한 강구종(안드레아) 신부의 말속엔 모든 사제 지망생들이 품고 있는 성소의 씨앗이 들어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으려는 갈망’이다. 이 성소의 씨앗에 얼마나 물을 주고 가꾸고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할 때다. 사제성소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남기(우르시노) 신부(교구 성소국장)는 “이제는 교구와 본당, 가정이 삼위일체가 되어 성소 계발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성소를 키워 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임을 강조했다.
신학생들이 사제성소에 처음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는 본당 복사단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본당 사제나 수도자의 권유로 예비신학생(이하 예신) 모임 참여를 시작하는 비율도 높다. 예신 과정은 중1부터 고3, 대학, 일반까지 학년별로 구성되어 있고 각 학년의 특성과 성소 식별 과정에 맞게 한 달에 한 번 모임이 이루어진다. 신학생들이 담임이 되어 예신 기획과 진행을 맡는데 예신들과 놀고 대화하고 상담하는 실질적인 멘토 역할로 예신들의 성소 증진에 큰 역할을 해준다.
신학교 입학 지원자는 주교님과 성소 심의 위원회 면담을 통해 최종 선발된다. 신학교는 7년 과정(학부 4년, 대학원 3년)으로 전원 기숙사 생활과 절도 있는 규칙 생활을 하게 된다. “훌륭한 성직자가 되는 방법은 훌륭한 신학생으로 사는 것이다.”(성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라는 말처럼 신학교 안에서 배우고 만나고 체험하는 일들을 통해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의 정신과 방법대로 살고 행동하기 위한 사제로 양성된다. 학부 4년과 독서직을 받는 연구과 1년, 시종직(제단에서의 봉사)을 받는 연구과 2년을 마치면 부제품을 받고 본격적인 사목을 준비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안에서 영성, 인성, 지성, 사목 양성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통합적인 사제 양성의 핵심은 ‘동반’이다. 강의실 안에서의 교육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교수 및 양성 담당자, 선배 신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신학생들과 ‘동반’하며 유대관계를 맺고 공동체 안에서 소통하며 사제직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루 다섯 번, 신학생들의 기도 시간에 10년을 같이 했다”는 한 주교님에게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하는 동반양성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7년의 신학교 과정과 어학연수, 현장봉사활동, 군 생활까지 10년의 시간 속에서 신학생들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체험하며 ‘축복의 전달자’인 사제로 거듭난다.
현재 교구에는 50여 명의 예비신학생과 35명의 신학생이 사제성소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성소를 키우는 가장 기초적인 못자리는 가정이다. 기도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기도를 배우고 성소의 꿈을 꾼다. 기쁘게 사는 본당 사제를 보며 성소의 씨앗이 예신으로, 신학교로 이어지고 가까이에서 격려하고 지원하는 본당 공동체의 관심이 성소 증진에 큰 힘이 된다.
김남기 신부는 “이전에는 ‘성소자가 많아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면 이제는 ‘내 자녀, 내 손주를 봉헌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며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성소 계발을 위해 교구와 본당, 가정의 연대협력을 강조했다.
성소는 선물이다. 이 선물을 크게 키우는 길잡이 역할은 ‘올바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된다.
|오안라(교구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