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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2년 환경의 날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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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5-27 10:21 조회1,1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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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환경의 날 담화 

인간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 회의장 앞에 당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환경 운동가들이 기후 위기 게임을 중단하라고 이색 시위를 벌인 것이었습니다. 이 회의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돌보라고 맡겨 주신 세상을 충실하게 돌보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하셨습니다. 교황께서도 이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계셨고, 이 회의를 통하여 인류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보셨기 때문에 ‘하느님의 심판’이라는 엄중한 용어로 각국 정상들의 결단을 촉구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각국이 제출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는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대로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에서 멈추게 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해 보입니다. 오히려 2.4℃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예측됩니다. 많은 선의의 사람은 미래 세대와 가난한 이들이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며 염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2년이 넘도록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멈추고 거리를 두어야 했으며, 많은 사람이 희생된 채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가 멈추었던 그 짧은 시간 동안 자연은 자신의 방식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온 지구의 대기질이 개선되고, 세계 여러 곳에서 생태계가 복원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인류는 기후 변화가 주는 경고의 메시지와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많은 사람이 코로나의 창궐은 기후 위기와 연관이 있다고 이야기 하며,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일상을 회복하게 되더라도 과연 우리는 예전의 삶과 사고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다시금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산업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화석 연료를 마음껏 사용한다면 모든 피조물의 공동의 집인 이 지구는 또다시 열병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조금 더 편리하고 풍족한 삶을 꿈꾸었지만, 우리 욕망의 총합은 마음까지 어둡게 하는 뿌연 하늘과 기록적인 이상 기후의 소식을 전해 줄 것입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91항). 우리의 사소한 선택과 일상은 자연환경과 가난한 사람들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저마다 고유한 선과 완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69항). 생명의 순환 고리에서 인간에게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는 작은 미물도 전체로 보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큰 희생을 치르며 이를 배우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저마다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하고, 있어야 할 제자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그것은 바로 지금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보전하는 자리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의 창조를 새롭게 하시고 완성하시고자 하느님이신 분께서 사람이 되시어 인간의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며 사셨고,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운명을 이 세상과 함께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시고 감탄하셨던 그 시선으로 우리도 이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98-100항 참조).
    “희망은 우리에게 언제나 헤쳐 나갈 길이 있고, 길을 바꿀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하여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줍니다”(「찬미받으소서」, 61항). “아직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은 최악의 것을 자행할 수 있지만, 또한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정신적 사회적 제약을 극복하여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시 선을 선택하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205항)라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말씀하십니다.
    이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우리는 응답해야 합니다. 우리의 선택으로 이 지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희망과 우리의 실천이 만날 수 있는 자리에 머물러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떠한지, 우리가 바라는 삶은 어떠한지 성찰하게 됩니다.  인간을 사랑하셔서 인간이 되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믿음과 희망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우리의 일상을 점검하고 ‘생태적 회개’의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냅시다.


2022년 6월 5일 환경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