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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4년 제110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교황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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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9-06 09:05 조회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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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110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
(2024년 9월 29일)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과 함께 걸어가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23년 10월 29일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1회기가 끝난 날이었습니다. 이 제1회기를 통하여 우리는 교회의 근본 소명의 일부인 시노달리타스에 대하여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노달리타스는 주로 하느님 백성이 서로 연결되어 걸어가는 것으로, 그리고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봉사하는 은사들과 직무들의 풍요로운 대화로 소개됩니다”(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1회기 「종합 보고서」[Synthesis Report], 도입).

시노달리타스의 차원을 강조함으로써, 교회는 역사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 곧 ‘이주’의 길을 걸어 나가는 하느님 백성으로서 나그네라는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교회 헌장 49항 참조). 약속의 땅으로 걸어가는 이스라엘 백성을 묘사하는 탈출기의 성경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종살이에서 자유에 이르기까지의 그 긴 여정은 주님과의 궁극적 만남을 향하여 나아가는 교회의 여정을 예표합니다.

또한 모든 시대에 그러하였듯이 우리 시대의 이주민들 안에서도 영원한 본향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하느님 백성의 살아 있는 표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걸어가는 희망의 여정은 우리에게 다음의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필리 3,20).

성경의 탈출에서 드러나는 이미지와 이주민의 이미지, 이 둘은 몇 가지 유사점이 있습니다. 모세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처럼 이주민들은 자주 억압, 학대, 불안, 차별, 발전 기회의 부족을 피하여 다른 곳으로 떠나갑니다. 광야에서 유다인들이 그러하였듯이 이주민들도 길 위에서 많은 장애물에 맞닥뜨립니다. 그들은 목마름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역경과 질병으로 녹초가 되며 절망에 빠집니다.

그러나 탈출기를 비롯하여 모든 탈출에 바탕이 되는 사실은, 하느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당신 백성과 당신의 모든 자녀가 가는 길을 앞장서시고 그들과 동행하신다는 점입니다. 당신 백성 가운데에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은 구원 역사의 확실성입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와 함께 가시면서, 너희를 떠나지도 버리지도 않으실 것이다”(신명 31,6). 이집트를 떠나온 백성에게 이러한 하느님의 현존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는, 길을 인도하고 비추는 구름 기둥과 불기둥(탈출 13,21 참조),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심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며 계약궤를 보호하던 만남의 천막(탈출 33,7 참조), 하느님의 보호를 보장하는 구리 뱀이 달린 기둥(민수 21,8-9 참조), 굶주리고 목마른 백성에게 주신 하느님 선물인 만나와 물(탈출 16─17장 참조) 등이 있습니다. 천막은 특히 주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던 현존의 한 형태입니다. 다윗 통치 시절에 하느님께서는 성전을 마다하시고 천막에 머무시기로 선택하시어, “천막에서 천막으로, 성막에서 성막으로”(1역대 17,5) 당신 백성과 함께 걸으셨습니다.

많은 이주민이 하느님을 그들의 길동무, 구원의 인도자이자 구원의 닻으로 경험합니다. 그들은 떠나기 전에 하느님께 스스로를 내어 맡기고 도움이 필요할 때 하느님을 찾습니다. 낙담하는 순간에도 하느님에게서 위로를 얻습니다. 하느님 덕분에 그들이 가는 길마다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있습니다. 이주민들은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 그들의 희망을 둡니다. 사막, 강, 바다, 모든 대륙의 국경을 건너는 이주민들의 여정에 얼마나 많은 성경, 복음서, 기도서, 묵주 기도가 함께합니까!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과 함께 당신 백성 안에서 걸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역사를 통한 여정 중에 있는 사람들, 특히 가장 작은 이들,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신다는 의미에서 당신 백성 안에서 함께 걸어가고 계시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강생의 신비가 널리 퍼져 나가는 모습을 봅니다.

이러한 까닭에, 도움이 필요한 모든 형제자매와의 만남과 마찬가지로 이주민과의 만남은 “그리스도와의 만남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친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굶주리고 목마르고 나그네이며 헐벗고 병들며 감옥에 갇혀, 만남과 도움을 청하려고 우리의 문을 두드리는 이가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기’ 모임 참가자들과 함께한 미사 강론, 사크로파노, 2019.2.15.). 마태오 복음 25장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번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길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만남은 주님을 만나 뵙는 기회가 됩니다. 이는 구원의 기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형제자매 안에 현존하시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난한 이들은 우리를 구원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통하여 주님의 얼굴을 만나 뵐 수 있기 때문입니다(제3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교황 담화, 2019.11.17. 참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주민과 난민을 위하여 봉헌된 오늘, 존엄한 삶의 여건을 찾아 고향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이를 위하여 한마음으로 기도합시다. 우리도 그들의 여정에 함께하여 ‘시노드 정신’으로 함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또한 “하느님의 충실한 백성의 여정에서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징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에”(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1회기 「종합 보고서」 “여정을 계속하기 위하여”) 다가오는 시노드 총회뿐만 아니라 이주민과 난민을 맡겨 드립니다.

기도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
하늘 나라를 향하여 나아가는
하느님의 순례하는 교회인 저희는
고향 땅에서도 나그네처럼 살아갑니다.
모든 낯선 땅이 집이고
모든 고향 땅이 낯선 곳입니다.
지상에서 살아가지만
저희는 하늘 나라의 참 시민입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잠시 머물 이 세상 것에
저희가 매이지 않게 하소서.
이주민 형제자매들과 함께
하느님께서 저희를 위하여 마련해 두신 영원한 집을 향하여
저희가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희의 눈과 마음을 열어 주시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을 만나 뵐 수 있게 하소서.
아멘.

로마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2024년 5월 24일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