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성령께서 함께 하시며 이끌어 주시기를 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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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인 세실리아 작성일21-11-17 17:31 조회1,59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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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에서 분심이 들거나, 미사의 은총을 느끼기 어렵다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저 역시도 한때 그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방법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신학생 때의 일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도대체 기도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침 기도 시간과 미사 안에서까지 많은 분심 속에서 마음을 모을 수가 없었고, 저녁에 묵주기도 시간도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기도하지 않으며 지내다가 영성 지도 신부님께 변명처럼 ‘기도하고 싶지만 기도가 안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신부님께서는 제 변명을 혼내지 않으시며, 저에게 그럴 때 기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것은 ‘기도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그 말이 참 우습게 들렸습니다. 그럼에도 기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오늘 저녁에는 묵주기도를 하게 해 달라고, 성무일도와 미사 때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게 해 달라고, 틈틈이 짧은 기도를 바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저는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내가 미사를 잘 드리게 해 달라고, 미사 안에서 주님을 만나고 싶다고 기도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의 도움 없이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을 만나는 기도라면, 미사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미사 안에서 우리는 주님의 잔치에 참여하는 것이지, 우리가 이 미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주님께 먼저 기도하십시오. 이 미사 안으로 나를 이끌어 달라고 청하십시오.
사실 이 미사 전례 안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합니다. 특히 성령의 역할을 생각해 봅니다. 성령은 모든 성사 안에서 그 은총을 실제화하는 분이십니다. 미사 안에서도 성변화 앞에서 사제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
미사를 드리기 전에 우리 역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을 두고 이렇게 기도합시다. 성령의 힘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가 주님의 이 거룩한 잔치에 참여하게 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성령께서 함께 하심으로써 이 시간의 성체성사가 우리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구원 제사가 되는 것처럼, 성령께서 내 마음 안에 함께 하심으로써만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신비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먼저 기도하십시오. 먼저 성령을 청하십시오. 이 미사 안에서 우리를 이끌어 달라고, 내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달라고 그렇게 청하십시오. 혹 분심이 들어 미사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미사의 은총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욱더 성령께 매달리십시오. 저는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령의 이끄심과 함께 주님의 제단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그분께서 우리를 이 복된 시간 안으로 얼마나 잘 이끌어 주시는지 여러분도 체험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도록 합시다.<박찬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