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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침묵의 시간을 가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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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인 세실리아 작성일21-11-17 17:24 조회1,6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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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종교인 불교의 사찰을 방문하면, 먼저 다리를 건너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긴 숲길을 걷기도 하고, 여러 문들을 지나가기도 하지요. 이러한 과정들이 모두 거룩한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룩한 자리에 서기 위하여 먼저 속세의 번뇌와 더러운 것들을 내려놓고 씻어내는 것이겠지요.

탈출기에서 모세가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에도 이러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불타는 떨기의 모습으로 하느님께서 나타나실 때, 주님은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우리 문화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집 안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지요. 하느님은 당신 앞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면서 이렇게 신발을 벗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성당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이러한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성당에 들어가기 전 성수를 찍으며 기도를 바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때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이처럼 우리는 거룩한 공간에 들어가기 위하여 먼저 자신을 깨끗이 하여야 함을 압니다.

미사를 드리기 전에, 시간적인 흐름 안에서도 이처럼 씻고 비워내는 행동이 있습니다. 성체를 모시기 전에 한 시간 동안은 약이나 물을 제외하고는 음식을 먹지 않는 공심재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공심재를 지킴으로서 우리의 몸을 비우고 정갈하게 하여 주님을 합당히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과 함께 저는 여러분에게 미사 전 침묵의 시간을 가지시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주님을 모시기 위하여 우리의 마음에도 비움이, 씻어냄이, 신을 벗음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늘 세상 걱정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살아가지요. 따라서 우리는 삶 안에서 주님을 잊어버리고 세상의 헛된 것들에 마음을 두고 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 앞에 서기 위하여 이제 그 헛된 것들을 치워야 함을 압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시지요.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다.” 참된 주님을 내 안에 모시기 위하여, 미사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하여 우리는 이제 우리가 늘 생각하고 살았던 세상일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거룩한 공간인 성당에 앉아, 거룩한 시간인 미사를 드리기 전에 잠시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 어울리지 않는 마음들을 내려놓으십시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마음속의 혼란과 걱정, 욕심들을 가라앉히십시오. 이제 우리는 주님의 복음을 들을 것이고, 성체를 통하여 주님과 하나가 될 것임을 생각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거룩하지 않은 마음들을 하나하나 치워 가십시오. 그렇게 이제 신발을 벗고 미사 안에서 거룩한 하느님을 만나도록 합시다.<박찬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