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

천주교 전주교구 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

로그인

체험수기

체험수기

SNS 공유하기

떠나서 20년[지곡-이정희 데레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4-30 10:59 조회2,093회 댓글0건

본문

떠나서 20

 

남편 바오로가 8년간 투병생활을 마치고 마지막 숨을 거둔 군산의료원을 바라보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심장질환으로 고생하던 바오로가 전주 예수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습니다.

환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편히 쉬고 있는 시간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가운을 입은채 기타를 들고 와서 은은한 성가를 불러 주더니 한명씩 환자 곁으로 다가와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주님 저희들의 의료기술이 많이 발달 했다 하여도 이 형제의 병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오니 천상 의사이신 주님의 손길로 어루만져 치유하여 주옵소서. 죽은 라자로를 살리신 주님이시여......”의사 선생님의 기도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아멘으로 응답하는 바오로를 보고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개신교신자들인 저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답답해서 점심시간에 쉬지도 않고 저런 일을 하고 다니는 것일까? 병실을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또 와주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성가와 기도가 환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왜 일까? 분명 제가 모르는 어떤 비밀이 있을것 만 같았습니다.

한동안 넋나간 사람처럼 바오로의 추억만 따라다니던 저는 예수병원의 추억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되었습니다. 군산의료원을 찾아가 바오로처럼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로하고 기도해 주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마침 뜻을 같이 하는 신현숙님과 김은순님을 만나 군산의료원으로 발길을 향한 것이 떠나라의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떠나서 20, 제가 힘든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주님께서 보내주신 영성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포콜라레에 참여하여 마리아 뽈리를 갔을때 다큐영상으로 끼아라 루빅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18세의 여성평신도들이 모여 구체적인 사랑 나눔을 시작한 것이 전세계로 넓혀지는 역사를 보면서 평신도 3명이 시작한 저희 병원선교도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평화방송에서 성서못자리프로그램을 만나 성경공부를 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말씀의 못자리를 내고 신자들은 삶의 현장에서 실천으로 모내기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군산의료원이라는 논에 모를 심어 수확을 거두고 하느님께 봉헌해야겠다는 작은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복음의 기쁨을 읽으며 힘을 얻었습니다. 특히, 49항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안위만을 신경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

제가 바로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신자 였음을 알아차리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2017년 이병호주교님의 사목교서떠나라!”는 떠나서 20년 동안 힘들었던 제게 영적 에너지를 충만하게 베풀어 주시고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켜 주셨습니다.

도립병원인 군산의료원은 400개의 병상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사목해 주시기를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받아 주신지는 7년 밖에 되지 않아 늦게야 월례미사가 설립되고 이제는 나름대로 체계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신학원을 졸업한 교리봉사자 10명이 지도신부님의 교육을 받고 환자중에 예비신자가 있으면 1:1로 교리봉사를 하면서 도중에 위급해진 예비신자는 비상세례를 드리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군산에서 유일하게 호스피스 병동이 이 병원에 설치되어 저희 회원 15명이 교육을 받고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은 불특정 다수환자들을 120명씩 방문하는 선교활동이 있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호스피스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을 교회예절로 인도하고 성탄절, 부활절, 설명절, 추석명절에는 불우환우돕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신앙생활을 한지 57,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어서 인지 가끔 뒤를 돌이켜 보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됩니다. 그중에 군산의료원 선교 20년은 가장 큰 보람으로 제 삶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지인들에게서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안부 인사를 받게 될 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노라고......

떠나서 20, 그 발판을 놓아준 남편 바오로와 군산의료원에서 세례를 받고 세상을 떠나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는 환자들의 기도로 행복한 노후를 보내게 해주신 주님께 무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남은 생애도 그물을 버리고 떠난 제자들처럼, 물동이를 내려놓고 떠난 사마리아 여인처럼, 세상것을 버림으로 예수님으로 갈아입고 떠난 사도바오로처럼 지속적으로 떠나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