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성경 - 문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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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인 세실리아 작성일19-05-29 16:49 조회1,74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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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성경 - 문門(1)
우리가 첫 번째로 돌아볼 집안의 장소는 도입부에서 언급한 바 있는 ‘문’이다. 가족 구성원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인 집에는 어떠한 문화권이든지 간에 문이 존재한다. 문은 안에서 밖으로 혹은 밖에서 안으로 출입하는 통로로, 누군가를 환대하는 곳이기도 또 누군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안과 밖을 구분하여 이를 드나들 수 있게 하는 문은 때때로 방어, 보호, 만남, 다른 이의 삶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선택의 장소가 된다.
열려 통하는 동시에 닫혀 제한을 나타내는 문의 의미는 비단 물리적인 부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 안에서, 문화 안에서, 종교 안에서 심지어 개인의 내적 상황에서도 익숙한 곳과 익숙하지 않은 곳, 안과 밖을 구분하는 보이지 않는 문이 있기 때문이다. 안과 밖을 구분하는 상징인 문은 다음과 같은 체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문을 통과하기 위해 열쇠를 사용하는 것, 안에 있는 사람이 문을 열도록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는 것, 방문자가 문 앞에 어떤 쪽지를 붙여 놓거나 집주인이 집을 소개하는 장식이나 패를 붙여 놓는 것, 잠겨진 문의 열쇠를 찾지 못해 허둥대는 것,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지 못해 문을 억지로 열거나 부수는 것, 누군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기대하는 것 등등이다.
이렇듯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상징인 ‘문’과 이것이 지닌 의미는 성경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창세기에서 노아는 방주를 만든다. 이때 그는 “노아 뒤로 문을 닫아”(창세 7,16) 홍수의 죽음에서 보호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한다. 하느님 품 안에서 사는 이들의 보호를 몸소 체험한 것이다. 탈출기에서는 이집트를 탈출하기 전날 밤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생명의 하느님을 체험한다. 그들은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라” 이스라엘 집안과 이스라엘이 아닌 집안을 구분하였고 주님께서는 그 문설주의 표시를 보고 지나가셨다. 그렇게 그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죽음에서 해방되었다(탈출 12,22-24 참조).
특별히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 서막이 되는 문설주의 피, 곧 하느님 앞에 선 인간을 구원하는 이 피는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구원 신학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부활을 의미하는 단어인 ‘파스카Pascha’는 히브리어 ‘파사흐Pasah’에서 유래한다. 이는 ‘건너다’, ‘지나가다’, ‘통과하다’라는 의미이다. ‘파스카’ 어린양의 피는 문설주에 적셔져 이스라엘을 죽음에서 ‘보호’하였고 종의 상태에서 자유인의 상태로 ‘건너가게’ 하였다. 이날은 이스라엘에게 중요한 기억의 날이자 하느님의 보호하심이 드러난 축제의 날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보호’하시고 해방의 열려진 문으로 ‘건너가게’ 하시는 분임을 체험했음에도 하느님의 ‘보호’에만 관심을 둔 나머지 문을 굳게 걸어 놓는다. 하느님께서 그들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들과 함께 살아갈 때 ‘보호’ 해 주시고, ‘해방’의 문을 통과하게 해 주신 분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문설주의 피처럼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피를 통해 ‘새로운 이집트 탈출’의 문이 되신다. 문이 히브리인들에게 해방의 표징이 되었듯이 예수님도 자신을 문이라고 말씀하시면서(요한 10,7 참조)모든 이에게 진정한 자유와 해방의 표징이 되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