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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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6-02 조회 289회본문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만큼 큰 위안이 되는 게 있을까? 오랜 외국 생활을 하면서 간간이 받았던 편지, 메일, 문자 등은, 지금도 그가 보내준 그리움의 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 마음은, 나에겐 학교 선생님께 매 맞고 돌아온 자식새끼의 멍든 자국에 안티푸라민을 발라주는 어미의 마음이었다. 그래, 그 마음 때문에 나는 개구리 왕눈이처럼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설 수 있었다. 동시에 그에게 기억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내가 없지 않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나 ‘기도할게요’, ‘기도하고 있어요’라는 연락을 받게 되면, 눈물이 앞을 가릴 만큼 가슴이 뭉클해진다. 마치 천군마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해진다. 그의 기도는 매일 나와의 싸움에서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게 해 주었다. 언어와 책과의 싸움에서는 후퇴하거나 도망치지 않게 해 주었다. 그가 차려 준 따뜻했던 ‘기도밥’ 덕분에 나는 이 싸움에서 결코 허기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기도밥을 그 사람만 차려준 것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도, 새 생명의 숨결」(이하 ‘기도’)에서 루카복음 22장을 소개하며, 주님께서는 인간의 나약함과 심지어 죄악조차도 은총으로, 공동체의 은총으로 바뀔 수 있도록 기도하셨다는 것을 강조한다. 곧, 예수께서는 시몬 베드로의 마음이 더 굳건해지도록 아버지께 기도하셨고, 그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셨다는 것이다(‘기도’, 18쪽 참조).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그분께서 나를 위해 기도하신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나를 위해 아버지께 기도하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련’ 속에서 침묵하시는 그분이 야속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교황은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주님께서 시몬을 위하여 기도한다고 말씀하신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악마의 가장 교활한 유혹은 바로, 어떤 특별한 시련을 겪을 때 예수님께서 우리를 저버리셨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생략] 주님께서도 이러한 유혹을 몸소 체험하셨고 이를 이겨 내셨습니다. [생략] 주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일어날 일을 예견하시고 그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기도하셨다고 확인시켜 주신 사실을 통하여, 우리도 우리에게 필요한 힘을 얻습니다”(‘기도’, 19쪽).
교황은 이번 사순 담화를 통해 우리 그리스도인이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할 것을(갈라 6,9-10 참조) 권고하였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낙심하지 않도록 예수께서 나를 위해 기도하실 것이라는 것을.
이가진 안드레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