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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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인 세실리아 작성일19-12-17 15:59 조회1,72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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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
예수님이 빵의 기적을 베푸시어 장정만도 오천 명이 넘는 군중이 모두 배불리 먹었습니다(요한 6,1-13 참조). 기적을 체험한 이들은 예수님을 모셔다가 억지로라도 자기네 임금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예수님이 자기네 임금이 되신다면, 더 이상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편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열망을 멀리하셨습니다. 사실 그들이 지금 당장 배고픔을 면한다 해도 그것으로 인간이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참 행복은 하느님과 하나 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 하고 분부하셨습니다. 또한 그 양식을 달라고 청하는 이들에게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육적이고 현세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당신의 살과 피가 생명의 양식이니 먹고 마시라는 말씀은 귀에 거슬리는 해괴한 소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빵의 기적 때문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사람들뿐 아니라 그분의 제자들 가운데서도 많은 이가 그 말씀을 거북하게 여기고 떠나갔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로서 그분을 생명의 주님이라고 믿었다면, 분명 어려운 말씀을 풀이해 주시라고 청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예수님의 말씀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기네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아서 거북했기 때문에 듣기를 거부하고 떠나간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 하고 물으셨고, 베드로가 나서서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라고 고백했습니다.
현재 우리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지금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만족과 행복보다는 훗날 하느님 안에서 누릴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가 영원한 생명보다는 지상적인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더 갈구합니다. 그리고 그 열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하느님을 외면하고 무당이나 점쟁이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도 합니다. 자신과 함께 아파하고 고통당하고 계신 예수님을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다.”고 단정하면서 말입니다. 계속해서 주님을 믿고 따를 것인지, 아니면 떠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생명을 바쳐가며 죽음으로 사랑을 실천하신 예수님이 늘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바라시면서 이렇게 초대의 말씀을 건네십니다. “나는 너희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니 너희는 나를 떠나지 말고 내 곁에 항상 머물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