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낮은 이들을 위한 착한 목자의 길[가톨릭평화신문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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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5-12 조회 734회본문
청소년 그룹홈에서 한 학생이 인근 저수지에 가서 죽고 싶다며 집을 나갔다는 연락과 무탈하게 귀가했다는 소식은 참 마음 아프고 가슴 철렁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유인즉슨 자신에게 사는 기쁨이 없다는 고백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청소년과 청년 연예인의 안타까운 죽음, 세월호와 이태원 대참사로 인한 귀중한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에서 십자가의 예수님을 만나고 바라보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죽음의 원인과 책임이 국가와 교회 구성원의 문제이고, 우리의 아픔과 고통이라는 공동체적인 묵상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시대입니다. 교회와 교구, 본당의 사목 안에서 생명 존중의 문화, 사전예방과 사회적 안전망의 사회사목, 사람들을 통합적으로 보살피는 ‘사랑의 문화’와 ‘돌봄 사목’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전동성당을 바라보며 초대 주임인 보두네 신부님(윤사물, 1859~1915)을 기억합니다. “교우들의 협동심은 감탄스럽습니다. 그중에서 뛰어난 미덕은 서로 사랑하고 정성을 베푸는 일입니다. 제 살기에도 가난하고 구차하지만 잘나고 못난 사람이나 신분이 높고 낮은 사람의 차별 없이 재물이 조금만 있어도 아끼지 않고 서로 나누어 가며 살고 있습니다. 이 공소를 보고 있으면 마치 제가 초대 그리스도교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뮈텔 문서」, ‘1889년 보두네 신부 서한’, 「전주가톨릭사회복지회 25년사」)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적절한 쇄신과 적응의 사목,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과 ‘영적 양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에 따른 사회복지 기금 마련과 기부문화 조성, 세계 평화와 사회를 위한 체계적인 가톨릭 자원봉사활동의 연대와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또 유아교육에서부터 노인교육에 이르기까지 돌봄의 신앙과 신학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한편의 마음과 손은 자신과 가정을 위해서, 또 다른 한편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시대의 빈곤과 낮은 이들을 위한 착한 목자라는 삶의 길, 이제 우리 자신이 기쁘고 당당하게 걸어가야 할 차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