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눈] 금쪽같은 어린 천사 / 안봉환 신부[가톨릭신문 202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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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10-20 조회 3,332회본문
[신앙인의 눈] 금쪽같은 어린 천사 / 안봉환 신부
발행일2023-10-22 [제3364호, 23면]
매일 창문을 통해 가까운 초등학교 정문을 바라본다. 등교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하나둘 모여드는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목소리가 사제관까지 들려온다. 보좌신부는 새달이 들어서기 전에 교구와 본당 일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미사 차례를 정해 알려준다.
그러다 보면 토요일 오후 4시에 있는 어린이 미사를 가끔 거행할 때가 있다. 오후 1시부터 성당에 나와 땀을 흘리며 마당을 뛰어노는 아이들,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 올망졸망 모여 앉아 흥얼거리며 노래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젖어 마냥 좋다. 어린이 미사를 거행할 때마다 성가 ‘어린이처럼’을 기쁘고 즐겁게 부르는 천진난만한 어린 친구들의 소리는 유난히 우렁차게 느껴진다. “즐겁게 노는 어린이처럼 푸르른 하늘 우러러보며 이 세상 근심 잊어버리고 꿈속에서 살리라. 아버지 믿는 어린이처럼 어디를 가든 두려움 없이 눈비가 내린 궂은 날에도 기쁨 속에 살리라. 잘못을 깨친 어린이처럼 용서받을 확신을 갖고 주님께 나와 무릎을 꿇고 모든 고백하리라.”
작년 어느 날 어린이 미사가 끝난 다음 성당 현관에서 제대 정리를 마친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아이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누굴 기다리니?” “엄마요!” “어디 계시는데?” “성당 안에요!” 잠시 후에 제대 정리가 끝났는지 자매님 한 분이 성당 밖으로 나오면서 나를 보고 말했다. “신부님! 얘가 수산나인데요. 어쩜 그렇게 생각이 깊은지 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대견해요. 얘가 이번 명절에 세뱃돈을 많이 받았나 봐요. 그런데 받은 세뱃돈을 몽땅 들고 가서 성당 사무실에 성전 신축 헌금으로 냈다는 거예요.” “아! 그래요∼?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네요.”
올 초에 어린 수산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첫영성체 교육을 받았고 9월 말에 세례를 받아 처음으로 영성체를 받아 모셨다. 교중미사 후에 15명의 어린이가 모여 첫영성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보통 첫영성체 기념사진을 찍을 때면 부모나 친척들 또는 아는 신자들이 아이들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는 모습이 자연스러운데, 올해는 이상할 정도로 꽃다발을 안겨주는 신자들도 없고 꽃다발을 받는 어린이들도 없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보좌신부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올해 첫영성체 분위기는 뭔가 이상한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상한 게 아니라 (웃으며) 좀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일?” “어린 수산나가 부모에게 한 가지 좋은 의견을 제안했다네요. 세례를 받고 처음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는 이 기쁘고 즐거운 날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해요. 지금 우리 성당이 새로 신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으니까 자신들에게 꽃다발을 사 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 돈을 모아 성전 신축 기금으로 봉헌했으면 좋겠다고요.” “아! 그래요? 거~참, 어른들도 감히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네∼” “어린 수산나의 의견을 소중하게 여긴 부모는 다른 부모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두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실행하기로 했답니다. 그리하여 오늘 첫영성체 아이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대신 그 돈을 모아 모두 성전 신축 기금으로 봉헌했답니다.” “하느님, 금쪽같은 어린 천사를 저희 공동체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후로 첫영성체를 받은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평일 미사에도 자주 참여할 뿐만 아니라 복사단에 가입하거나 어린이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에 들어가 미사 시작 전에 성모님과 묵주기도를 바치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금쪽같은 어린 천사로 우리에게 다가온 수산나!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하여 자녀들에게 올바른 신앙생활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거나 무관심한 부모들을 위하여 특별히 성모님께 전구해 본다.
그러다 보면 토요일 오후 4시에 있는 어린이 미사를 가끔 거행할 때가 있다. 오후 1시부터 성당에 나와 땀을 흘리며 마당을 뛰어노는 아이들,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 올망졸망 모여 앉아 흥얼거리며 노래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젖어 마냥 좋다. 어린이 미사를 거행할 때마다 성가 ‘어린이처럼’을 기쁘고 즐겁게 부르는 천진난만한 어린 친구들의 소리는 유난히 우렁차게 느껴진다. “즐겁게 노는 어린이처럼 푸르른 하늘 우러러보며 이 세상 근심 잊어버리고 꿈속에서 살리라. 아버지 믿는 어린이처럼 어디를 가든 두려움 없이 눈비가 내린 궂은 날에도 기쁨 속에 살리라. 잘못을 깨친 어린이처럼 용서받을 확신을 갖고 주님께 나와 무릎을 꿇고 모든 고백하리라.”
작년 어느 날 어린이 미사가 끝난 다음 성당 현관에서 제대 정리를 마친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아이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누굴 기다리니?” “엄마요!” “어디 계시는데?” “성당 안에요!” 잠시 후에 제대 정리가 끝났는지 자매님 한 분이 성당 밖으로 나오면서 나를 보고 말했다. “신부님! 얘가 수산나인데요. 어쩜 그렇게 생각이 깊은지 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대견해요. 얘가 이번 명절에 세뱃돈을 많이 받았나 봐요. 그런데 받은 세뱃돈을 몽땅 들고 가서 성당 사무실에 성전 신축 헌금으로 냈다는 거예요.” “아! 그래요∼?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네요.”
올 초에 어린 수산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첫영성체 교육을 받았고 9월 말에 세례를 받아 처음으로 영성체를 받아 모셨다. 교중미사 후에 15명의 어린이가 모여 첫영성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보통 첫영성체 기념사진을 찍을 때면 부모나 친척들 또는 아는 신자들이 아이들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는 모습이 자연스러운데, 올해는 이상할 정도로 꽃다발을 안겨주는 신자들도 없고 꽃다발을 받는 어린이들도 없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보좌신부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올해 첫영성체 분위기는 뭔가 이상한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상한 게 아니라 (웃으며) 좀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일?” “어린 수산나가 부모에게 한 가지 좋은 의견을 제안했다네요. 세례를 받고 처음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는 이 기쁘고 즐거운 날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해요. 지금 우리 성당이 새로 신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으니까 자신들에게 꽃다발을 사 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 돈을 모아 성전 신축 기금으로 봉헌했으면 좋겠다고요.” “아! 그래요? 거~참, 어른들도 감히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네∼” “어린 수산나의 의견을 소중하게 여긴 부모는 다른 부모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두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실행하기로 했답니다. 그리하여 오늘 첫영성체 아이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대신 그 돈을 모아 모두 성전 신축 기금으로 봉헌했답니다.” “하느님, 금쪽같은 어린 천사를 저희 공동체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후로 첫영성체를 받은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평일 미사에도 자주 참여할 뿐만 아니라 복사단에 가입하거나 어린이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에 들어가 미사 시작 전에 성모님과 묵주기도를 바치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금쪽같은 어린 천사로 우리에게 다가온 수산나!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하여 자녀들에게 올바른 신앙생활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거나 무관심한 부모들을 위하여 특별히 성모님께 전구해 본다.
전주교구 문정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