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사목교서 -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로마 12,2)
본문
2018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로마 12,2)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
1.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1코린 1,3) 하느님께서는 지난 해 우리 교구설정 80주년을 맞이하여 새 교구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새 직무로 부름을 받은 저는 지난 2017년 5월 13일 주교서품과 착좌미사로 제8대 교구장 직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교구를 위해 헌신하신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새 교구장으로 부름을 받은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부족함을 절감하는 저에게는 교구장의 직무가 너무도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전능하신 하느님께 의탁하고, 우리 교구의 신부님과 수도자와 평신도의 기도와 협조에 힘입어 제게 맡겨진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자 합니다.
2. 최근 40여 년 동안 보편교회 안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꾸준히 강조된 것은 ‘새로운 복음화’입니다. 이 새로운 복음화는 성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1979년 처음으로 사용하시고 제19차 라틴아메리카 주교 총회(1983)에서 공식적으로 다루어졌으며, 그 후 각종 문건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었습니다. 새로운 복음화의 개념이 성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재위 중에 크게 강조된 문건은 「평신도 그리스도인」(1988), 「교회의 선교사명」(1990), 「제삼천년기」(1994)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새로운 복음화를 거론하셨고, 이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기 위해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2012)까지 개최하셨습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현 교황님께서 전 세계의 모든 교회를 위해 계획적으로 펴내신 「복음의 기쁨」도 사실상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지침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복음전파는 주님께서 교회에 맡기신 지상사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새로운 복음화는 틀림없이 보편교회 안에서 더 깊이 그리고 더 다양한 모습으로 강조될 것입니다. 이러한 보편교회의 큰 흐름에 따라 저는 새로운 복음화에 초점을 맞추어 교구장 직무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는 주님의 말씀이 저에게는 새로운 복음화를 추진하라는 긴급명령으로 들립니다.
3. 새로운 복음화는 선교나 복음화 혹은 재복음화와 구분됩니다. ‘선교’는 일반적으로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전통적 선교 개념에는 교회 확장의 이념과 호교론적인 의미가 크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선교의 개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그리스도 부활의 메시지를 선포하고 생활하는 것을 의미하는 ‘복음화’로 대체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복음이 일상의 구체적인 생활과 연관되고 영향을 주어 신앙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삶 전체의 복음화를 뜻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재복음화’는 이미 복음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반복하여 복음화를 시도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비해 ‘새로운 복음화’는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화를 이룬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 개념이 공식적으로 거론되었던 라틴아메리카에 관련시키면, 새로운 복음화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확산과 유사 종교 출현이라는 당시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상황과 환경 변화에 직면하여 용감하게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길을 위해서는 특히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변화된 새로운 환경과 상황을 읽고 해석하려는 분명한 의지가 필요하고 또 그러한 조건에 알맞게 복음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로운 복음화는 복음화 사명을 현실적 맥락 안에서 잘 실천하려는 노력이자 시도이고, 복음을 전하는 교회가 새로운 상황과 조건에 맞는 복음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복음화의 목적은 두말 할 나위 없이 “더욱 성숙한 교회 공동체의 형성”(평신도 그리스도인 34항)입니다.
4. 한국 교회가 처한 사회 환경과 여건을 돌아보면, 한국 교회 역시 새로운 복음화가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더불어 편리함과 안락함을 누리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적인 빈곤을 겪고 있습니다. 고도의 경제 발전은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겨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 곧 정신적, 윤리적, 신앙적 가치를 외면하게 하였습니다.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적 가치를 우선시하고, 경제적 성공만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극심한 개인주의, 소비주의, 상대주의, 현대판 영지주의 등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들어 팽배해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사회 부조리와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현상을 구조적으로 심화시켜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은 신앙생활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신자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경제적 성공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은 교회 안에서도 영향을 끼쳐 신자들 역시 많은 부분 사회적 성공과 물질적 축복을 바라는 기복신앙에 머물고 신앙인의 본질적인 사명과 책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신앙이 삶의 본질적인 기준과 목적이 아니라 부분적인 것으로 여기고, 신앙 때문에 겪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이나 불편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시련이 닥치고 어려움이 생기면 세상의 불의와 부정과 타협하고 쉽게 신앙을 저버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교구의 통계표에 그대로 반영되어 드러납니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보면, 우리 교구의 복음화율은 전국 평균에 약간 밑돕니다. 우리 교구의 주일미사 참석 신자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쉬고 있거나 행방불명으로 파악된 신자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우려스러운 현실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비록 통계이지만, 이는 우리 교구민의 신앙생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 교회의 미래가 밝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주어진 교회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더더구나 잘못되어가는 사회 현실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현실이 교회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그 현실을 복음의 정신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복음화, 곧 시대적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여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돌아가 복음의 실천을 새롭게 모색하는 일입니다.
5. 그런데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우선적으로 꾀해야 할 노력은 우리 자신의 내적 쇄신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교회가 끊임없이 복음화 되지 않는다면 (세상을) 복음화하지 못하기”(복음의 기쁨 174항) 때문입니다. 사실 교회가 물질만능주의라는 세상의 거센 흐름과 도전에 휘말리지 않고 세상의 모든 영역을 복음적 가치 기준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복음화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따라서 저는 2018년을 ‘신앙 쇄신의 해’로 정하고 교구의 내적 복음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교구의 내적 복음화가 새로운 복음화의 첫 여정입니다.
제 마음속에는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이 크게 울려 퍼집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로마 12,2) 그런데 어떻게 해야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신원을 잃지 않고 신앙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습니까? 영적으로 쇄신되기 위해서 우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요한 3,7) 합니다. 우리는 위로부터 새로 태어나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마다 특히 초대교회를 찾아가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초대교회는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며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 교회로서 모든 시대의 교회에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초대교회에 대해 사도행전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이 증언에는 우리의 신앙 쇄신에 필요한 다섯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그 요소들을 새로운 한 해 동안 우리가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내용으로 제안합니다.
6. 첫째,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시다. 당시 사도들의 가르침에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초대교회가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에 열중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초대교회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났고 믿음을 심화하여 늘 충만한 삶을 살았습니다. 사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에게는 버팀과 활력이 되고, 교회의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 생활의 순수하고도 영구적인 원천이 되는 힘과 능력이 있습니다.”(계시헌장 21항) 이러한 이유로 교회는 언제나 성경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모든 신자가 성경을 자주 읽음으로써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존귀한 지식’(필립 3,8)을 얻도록 강력하고 각별하게 권고합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계시헌장, 25항) 따라서 2018년 한 해 동안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더 자주 읽고 묵상하며 필사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이 새롭게 되고 활성화되도록 노력합시다.
7. 둘째, 교회의 가르침을 적극 배웁시다. 초대교회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기꺼이 배움으로써 당시에 성행하던 우상숭배와 그릇된 가르침을 물리치고 사도들과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참된 신앙을 더욱 굳게 다졌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신앙을 혼란하게 하고 참된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여러 가치관들과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탁한 상황에서 하느님의 뜻을 명확하게 깨닫기 위해서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해야 합니다. 교회의 가르침은 이 시대에 우리 신앙인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소중한 나침반과 같습니다.
교회의 가르침 가운데 현대 신앙인에게 가장 독보적인 문헌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과 「가톨릭교회 교리서」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은 이천년 교회의 역사 안에서 체험된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과 내용을 종합한 것으로서 성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대로 “20세기의 교회에 내려진 큰 은총”(새 천년기 57항)입니다. 그리고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신앙의 유산(Fidei depositum)을 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성경에서 교부들에 이르기까지, 또 신학자들과 선인들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신앙에 관하여 성찰하고 발전시켜 온 수많은 방법들과 신앙의 진리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신비와 구원 계획의 놀라운 단일성을 깨달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께서 보내신 분, 성령을 통하여 거룩한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서 인간이 되신 분, 인류의 구원자,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중심적 위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신앙의 유산 3항) 따라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과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성실히 배우고 익혀서 우리의 신앙을 더욱 깊이 다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복음의 기쁨」도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더할 나위없는 나침반입니다.
8. 셋째, 미사성제를 더욱 정성껏 봉헌합시다. 초대교회는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모여 빵을 떼어 나누었습니다.”(사도 2,46) 이를 통해 신자들이 부활하신 주님과 일치를 이루고 신자들 상호간의 일치를 이루었습니다. 성찬례를 통하여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 안에서 오직 한 몸, 곧 교회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는 성찬례를 통해서 세워지고 구체화되고 성장합니다. 과연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전례헌장 11항)입니다.
미사성제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내어 주신 몸과,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신”(마태 26,28) 피를 받아 모십니다. 그 결과 우리는 예수님 안에 머무르고, 예수님도 우리 안에 머무르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힘으로가 아니라 예수님의 힘으로 살게 됩니다(요한 6,57 참조). 따라서 성찬례는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우리의 양식으로 내어 주시는 진정한 잔치입니다. 이 신비를 주님께서는 친히 거듭 이렇게 강조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53) 이것은 상징적인 표현이 결코 아닙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요한 6,55)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미사성제를 자주 참여하고, 더욱 정성껏 봉헌하기 위해 미사 전에 성실히 준비하는 시간을 내도록 합시다. 그리고 주님께서 참으로 현존하시는 성체를 공경합시다. “교회와 세상은 마땅히 성체를 공경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랑의 성사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흠숭 안에서, 신앙으로 충만하며, 중대한 잘못과 세상의 죄를 속죄하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드리는 묵상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러 가는 시간을 거부하지 맙시다. 우리의 흠숭이 중단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주님의 식탁 3항)
9. 넷째, 기도에 더욱 마음을 모으고 시간을 냅시다. 초대교회는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습니다.”(사도 2,42) 그래서 주님의 현존을 늘 가까이 느끼고 주님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우리 인간의 가장 깊은 갈망은 하느님과의 일치, 곧 그분과 함께 친교를 이루며 기쁨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신의 갈망을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표현하는 행위”(토마스 아퀴나스)가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란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는 것이며, 하느님께 은혜를 청하는 것이며”(다마스쿠스의 성 요한), 결국 하느님을 깊이 만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기도는 이렇게 하느님과의 대화, 하느님과의 내밀한 우정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참된 기도는 구체적인 열매를 맺습니다. 말하자면 기도는 삶의 방향을 전환시켜 이웃에게로 온전히 돌아서도록 이끕니다. 기도는 사랑의 실천이 중대하다는 확신을 심어줍니다. 세상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힘과 용기까지 줍니다. 따라서 기도는 믿음의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표현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성경은 항상 반복하여 꾸준하게 기도할 것을 강조하고 또한 실제로 기도의 많은 모범을 보여줍니다. 시편은 기도의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특히 예수님께서 항상 기도하며 사셨다고 말합니다. 그분은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루카 4,16) 회당에 가셨으며, 당신 활동의 전환점마다 홀로 하느님께 기도하셨습니다. 따라서 기도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없습니다. 아니 참된 자기 자신도 될 수 없습니다. 기도하지 않는 삶은 고요한 삶의 중심축을 잃어 자신의 존재와 신원을 거의 외적으로만 확인하게 되고, 소유에 치우치고 방어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초대교회의 모범에 따라 아침·저녁기도와 삼종기도 등 일상기도에 충실하고 또한 자주 기도의 시간을 냄으로써 하루하루를 하느님께 봉헌하고,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어 그분과 일치를 이루어야 하겠습니다.
10. 마지막으로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합시다. 초대교회가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던”(사도 2,47) 까닭은 말씀을 듣고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고, 재산을 처분하여 사람들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었습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사실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그러므로 우리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자비의 물질적 사업을 새로 발견합시다. 곧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고, 나그네들을 따뜻이 맞아주며, 병든 이들을 돌보아 주고, 감옥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 주며, 죽은 이들을 묻어주는 것입니다. 또한 자비의 영적 활동도 잊지 맙시다. 곧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며, 죄인들을 꾸짖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우리를 모욕한 자들을 용서해 주고, 우리를 괴롭히는 자들을 인내로이 견디며, 산 이 와 죽은 이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자비의 얼굴, 15항) 이러한 사랑의 실천으로 우리의 믿음을 증거해야 하겠습니다.
이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우리는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신앙을 고백하고,
고백한 신앙의 내용을 성찬례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거행하고,
거행한 신앙을 사랑의 행동으로 증거합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우리 교구민이 모두가 다섯 가지의 제안에 따라 ‘신앙을 쇄신함으로써 새로운 복음화의 길’에 들어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구의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은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자신을 하느님께 제물로 봉헌하는 순교를 통하여 새로운 복음화의 탁월한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모든 본당과 신심단체는 연 1회 교구 내의 순교 성지들을 순례함으로써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신앙을 증거했던 순교자들의 삶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주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신앙의 기쁨과 평화와 행복을 가득 누리시기를 빕니다.
신앙의 가장 뛰어난 모범을 보여주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한국의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이여,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7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주교 김선태(사도요한)
교구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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