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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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아데스토”(Tu adesto)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새해는 아무도 걷지 않은 새하얀 눈밭과 같습니다. 올 한 해가 끝날 무렵, 이 눈밭에 어떤 자취가 남을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따라서 올 한 해 동안 우리 삶으로 남기고 싶은 자취의 주제를 미리 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면 아무도 걷지 않은 새하얀 눈밭을 온갖 오류와 더러움에서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주제를 생각하면서 저에게 갑자기 떠오르는 글귀가 있습니다. 그것은 라틴어로 “투 아데스토”(Tu adesto)입니다. 이는 서양에서 옛사람이 긴 여행을 시작할 때 습관적으로 했던 말로써, “당신께서 함께 계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긴 여행을 시작하면서 어렵고도 힘든, 위험한 길을 혼자 걷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자신과 함께 계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당신께서 함께 계셔야 합니다.” 이 짧은 기도로 우리는 새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주님, 저에게 모든 일이 잘되어 갈 때, 제가 행복을 느낄 때, 큰 성공을 누릴 때 항상 저와 함께 계셔야 합니다.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이웃을 만날 때도 항상 저와 함께 계셔야 합니다. 또한 제가 어려움을 당하거나 괴로워할 때도 당신께서는 저와 함께 계셔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외로움을 느끼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때도 저와 함께 계셔야 합니다. 제가 유혹이나 시련을 당할 때, 죄를 짓거나 병들고 고통을 당할 때도 항상 저와 함께 계셔야 합니다. 제가 있는 곳에는 그 어디서나 당신께서 함께 계셔야 합니다.”
“하느님, 당신께서 함께 계셔야 합니다.” 이는 우리의 간청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분명 우리의 간청을 들어주실 것이고, 많은 표징을 통하여 우리를 축복하시고 보호하신다는 확신을 우리에게 심어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얼굴을 밝혀 주시고, 자비를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의 이러한 은총에 힘입어 올 한 해 동안 특히 새로운 가정 복음화에 마음을 모읍시다. 하느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랑을 가정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사랑이 흘러넘치는 가정교회를 이루시고, 기쁨과 평화를 가득 누리시는 한 해가 되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새해 첫날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