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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성탄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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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1베드 5,8)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천사는 오늘 우리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합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내려오셨다는 것입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빕니다.

이 구세주의 탄생은 이스라엘 백성이 오래전부터 간절히 기다려왔던 일입니다. 특히 짙은 어둠 속에서 고통과 환난을 겪을 때 더욱 간절히 바랐던 소망입니다. 실제로 이사야는 어둠 속을 걷던 이스라엘 백성을 위로하기 위해 장차 태어날 구세주에 대해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이사 9,5)

그렇게 간절했던 소망이 이제 실현된 것입니다. 하느님이 이 세상에 내려오셨습니다. 이제 하느님은 가까이 계십니다. 분명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입니다. 그러니까 창조물 혹은 양심을 통해서만 더듬어 알 수 있는, 멀리 계시는 그런 하느님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지금 여기에 계십니다. 우리 가운데 사십니다.

이는 그야말로 놀라운 사건입니다.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모든 것은 달라집니다. 그게 정말이라면, 이는 나 자신에게도 관련됩니다. 나 역시 목자들처럼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루카 2,15) 그리고 서둘러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목자들처럼 행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지 않으면 그 메시지를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말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깨어 있음은 무엇일까요? 깨어 있음은 일차적으로 잠에서 깨는 것을 뜻합니다. 곧 자기 자신만의 특별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욕망과 관심과 생각에 갇히어 다른 사람과 연결되지 않고 자신만의 특별 세계에 머뭅니다. 이로부터 온갖 갈등과 싸움과 분열이 비롯되고, 진리에 반대하는 일도 자주 일어납니다. 마침내 우리가 크게 경계해야 할 극심한 개인주의, (집단) 이기주의, 상대주의 등에 쉽게 빠집니다.

깨어 있음은 그러한 특별 세계에서 벗어나,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관련된 공통의 현실로 나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진리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진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진리는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따라서 깨어 있음은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감각을 키우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감각을 무디게 하는 것이 우리 세상에는 너무 많아서 하느님을 향한 감각을 기르는 것은 우리 시대에 참으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복음이 우리에게 거듭 강조하듯이,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깨어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적어도 다음 네 가지 일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첫째, 천사의 메시지를 제대로 듣고, 아울러 탄생하신 구세주께 달려가 경배 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구유에서 놀라운 표징을 발견할 것입니다. 그 표징은 하느님의 겸손으로서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작게 만드셨다는 것 곧 작은 아이가 되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작은 아기의 모습을 취하신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할(루카 2,20) 것입니다.

둘째,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을 깊이 체험할 것입니다. 하느님이 이 세상에 내려오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부활하신 후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하고 약속하시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성전과 성경 안에서, 전례와 성사 안에서, 기도 안에서, 선교 활동과 사랑의 실천 안에서 하느님을 생생하게 만납니다. 우리는 어디서나, 특히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합니다.

셋째, 깨어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깊은 관심을 둡니다. 주님 친히 우리 가운데 한 사람, 그것도 가난하고 연약한 아기가 되시어 초라한 구유에 누워 계시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님은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가장 힘없고 약한 이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마지막 넷째로 하느님의 일을 최우선으로 여길 것입니다. 목자들은 천사의 메시지를 듣고 서둘러(루카 2,16) 떠났습니다. 그 메시지가 너무 중요했기 때문에 지체 없이 떠났던 것입니다. 깨어 있으면, 하느님의 일을 그냥 지나치거나 미루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삶에 가장 우선되고, 다른 모든 것은 그다음의 일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아집니다.

교우 여러분, 주님이 이 세상에 내려오시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그것도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과 함께 계십니다. 우리가 자신만의 특별 세계에서 빠져나와 하느님께 돌아선다면,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을 것(요한 1,16)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기쁨과 평화가 가득한 성탄절과 새해가 되기를 빕니다.

 

2022년 성탄절에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