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내 인생의 별, 지정환 신부[가톨릭평화신문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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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4-17 조회 741회본문
착한 목자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기쁨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하늘을 바라봅니다.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꿈이 뭐냐고 물으실 때 “제 꿈은 축구선수”라고 말씀드리니 “반드시 네 꿈을 이루어 주실 거야. 예수님의 축구팀에서 뛰는 좋은 선수가 될 거야.” 머리에 손을 얹어 강복해 주셨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릅니다.
시골 소년인 저에게 “너의 하느님을 바라보며 살라”는 말씀으로 사제직의 첫 마음을 심어주신 존경하는 분입니다. 저에겐 가톨릭 사회복지의 스승인 사목자 지정환(세스테벤스 디디에, 1931~2019) 신부님입니다. 그분은 참 아름다운 사제였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그분을 “임실 치즈의 아버지”로 기억합니다. 더 소중한 그분의 삶의 향기는 사람에 대한 애덕과 장애인 가족에 대한 사랑입니다.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집 ‘무지개 가족(1984년)’, 학업에 대한 열정이 있는 장애인 대학생들과 가족을 위한 ‘무지개 장학재단’ (2007년) 설립은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신 사제로서의 사목적 선택이었습니다.
그분은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는 집배원을 꿈꾸셨습니다. 한국에 오셔서 60여 년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형제적 사랑을 나누시며 사신 그리스도의 제자요, 제 인생의 별입니다.
“김 신부님! 장애인, 이주민, 난민들을 형식적으로 만나지 말고, 인격적으로 만나시게. 예수님은 인간을 차별 없이 애지중지하시니, 교회의 사목도 그래야만 하겠지요.”
포도주를 나누시며 충고와 용기를 주셨던,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신 미소의 신부님이 그립습니다.
지정환 피자와 임실 치즈를 먹고 나눌 때마다, 신부님을 기억하는 우리가 그분처럼 가난한 형제들을 인간답게 환대하고 존중하는 삶을 살 것을 약속하는 자리이면 좋겠습니다. ‘별 아래’라는 이름의 시골집에서 늙음의 시간을 보내신 그 이유를 묵상합니다. 나도 누군가의 인생과 일상에 또 하나의 별이 되는 사랑의 새 계명을 기억하며 밤하늘의 별을 헤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