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목록
Home >

SNS 공유하기

전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 (11)[가톨릭 신문 2003-05-18]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1-07-07 조회 1,962회

본문

전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 (11)[가톨릭 신문 2003-05-18]
  ▲ 제주교구장 문장(왼쪽), 전주교구장 문장(오른쪽).
제주.전주교구장

82년 전주교구장으로 부임

나는 1977년 5월 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축일에 제주시 중앙 성당에서 루이지 돗세나(Luigi Dossene) 당시 주한 교황대사님으로부터 주교품을 받고 제주교구의 초대 주교가 되었다.

제주도는 본래 광주교구의 한 지역으로 속해 있다가 1971년 지목구(Praefectura Apostolica)로 설정되면서 현 대주교님(Harold Henry, S.S.C. 골롬바노회 선교사)께서 지목구장으로 6년 동안 사목하셨고, 1977년 3월에 정식 교구로 승격되면서 내가 교구장으로 임명되었던 것이다. 제주도는 지역의 규모로 보나 교세로 보나 한 교구를 이루기에는 미약하였지만 육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의 불편과 사회적?역사적 특성을 감안하여 독립교구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던 것 같다. 그 당시 제주교구의 교세 통계를 보면, 총 인구 4만3000여 명에 신자 수가 불과 1만3700명이었고, 사제 수는 선교사(골롬바노 회원) 8명과 한국인 8명이었으며, 본당은 10곳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주교 서품 때에 관례적으로 택하는 성서 구절을 「충성과 온유」(In fide et lenitate.집회서 45, 4)로 정하고 나름대로 「하느님께 충실하고, 사람에게 온유하게 살기」로 노력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주교 문장(紋章. Stemma)을 그릴 때에는 교회의 이미지와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내가 공부한 우르바노 신학교에는 자비의 성모님(Mater Misericordiae)께 대한 각별한 신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 교구와 지역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하려고 애썼다. 그러한 뜻을 살려서 문장을 그리는데 서울대학교 금속 공예학과 강찬균 교수가 세 번이나 수고해 주었다. 그 노고에 대하여 다시금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제주, 전주, 마산의 문장이 각각 다르지만 구원의 배인 교회상과 교회 안에 머무시는 성령님, 그리고 성모님을 나타내는 바다의 별은 항상 나의 주교 문장 안에는 빠지지 않고 그려져 있다. 다만 전주교구에서는 배 대신 그 지역의 특산물인 합죽선(合竹扇) 모양을 딴 것이 특이하다.

1978년 주교 총회에서 나는 해외에 있는 교구의 주교로서(제주도도 해외에 있다!) 해외 교포사목(이주사목) 담당 주교로 선임되었다. 마침 정부에서 해외 이민을 장려하여 해마다 이민자 수가 늘어나고 한인 교회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때였다. 본래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이주사목 담당을 하는 동안 아프리카를 제외한 여러 나라의 한인 교회를 자주 방문하였다.

나는 가족적 분위기인 제주교구에서 재미있고 평화스럽게, 그리고 죽을 뻔했던 고장에서 잘 살고 있는 데 난데없이 82년 전주교구로 가라는 전임 명령을 받게 되었다. 이 또한 청천벽력과 같았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제주에서 종신토록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고, 가야할 전주교구는 교구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수의 교구로서 나에게 힘겹게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전주교구에서 7년을 살고 다시 마산교구로 전임되었다. 이렇게, 자랑할 일은 아니겠지만, 나는 한국교회 안에서 교구를 세 번 옮긴 유일한 주교가 되었다. 언젠가 교황청 정기방문 때에 우리 주교단이 교황님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옆에 앉았던 교황님 비서 몬시뇰에게 『나는 마산이 세 번째 교구인데 한 번 더 나의 고향인 평양교구로 옮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이왕 교황님과의 오찬 이야기가 나왔으니 곁들이고 싶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유명한 「피 묻은 쌍 백합화」의 주인공인 유 요한과 이 누갈다 동정 부부 순교자 이야기를 잠깐 화제로 올린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교황님께서 그 때의 화제를 기억하실 순 없으시겠지만, 우리는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동정 부부와 같은 훌륭한 순교자들이 빨리 시복.시성 되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전주교구에 있는 동안 있었던 일로서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교구 설정 50주년을 뜻있게 지낸 일이다. 전주교구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지내면서 뜻있는 두 가지 일을 하였다. 그 하나는 한국교회로서는 처음으로, 남미 페루(Peru)에 「교구 파견 선교사」(Fidei Donum 선교사. 주 참조)를 보낸 일이다. 외국 선교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한국교회가 이제는 선교사를 파견하여 어려운 교회를 도와야 한다는 교구민의 일치된 뜻이 모아져 3명의 지원자 신부를 뽑아 페루 챠챠뽀야스(Chachapoyas) 교구로 파견하였다. 지금도 그 선교 사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다른 교구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다.

다른 기념사업의 하나는 천호 성지 조성이다. 천호 성지는 전국에서도 유수하게 네 분의 성인과 10여 분의 순교자를 모신 성지이다. 오늘날 전국 모든 교구의 순례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나도 마산교구로 옮긴 뒤에도 몇 차례 거기를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주 : 전통적으로 선교사는 어떤 선교회나 수도회에서 선교 지방에 파견하여 왔다. 그런데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전 세계 사제 배분의 불균형을 시정하려고 「Fidei donum」(믿음의 선물)이라는 회칙을 통하여 사제 수가 비교적 많은 교구의 주교들에게 사제가 모자라는 교구에 사제를 선교사로 보낼 것을 요청하셨다. 그러한 교황님의 호소에 호응하여 파견되는 선교사를 그 회칙의 명칭을 따라 「Fidei donum」선교사라고 부른다.

poster
포토소식 right_plus
  • 둔율동성당 사목방문 및 견진성사

    둔율동성당 사목방문 및 견진성사

  • 제35차 청년 성령 피정

    제35차 청년 성령 피정

  • 원평성당 사목방문 및 견진

    원평성당 사목방문 및 견진

  • 전가대연 농촌봉사활동

    전가대연 농촌봉사활동

  • 전국 소공동체 모임 개막미사

    전국 소공동체 모임 개막미사

  • 도통동성당 사목방문 및 견진성사

    도통동성당 사목방문 및 견진성사

  • 제5회 하랑봉사단 창작프로그램 대회

    제5회 하랑봉사단 창작프로그램 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