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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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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1주일(요한 6,6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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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8-19 08:49 조회1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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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제자들 가운데 여럿이 이 말씀을 듣고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하며 수군거렸다"(요한 6,60).

 

오늘은 연중 제21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지난 3주 동안 말씀하신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에 이어 '믿지 않는 제자들'과 '베드로의 신앙고백'에 대한 말씀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생명의 빵에 대해서 일부 제자들이 믿지 못하고 불평한다.

"제자들 가운데 여럿이 이 말씀을 듣고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하며 수군거렸다"(요한 6,60).

예수님께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다' 하신 말씀에 제자들에게도 불신이 스며들어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따르기를 포기하고 떠나간다. 아직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을 체험하지 못한 그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생명의 빵에 대한 성사적 가르침이 어려웠고, 또한 그들이 바라던 세속적인 만족을 채워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러하였다. 예수님께서 일부 제자들이 당신의 말씀을 못마땅해 하는 것을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 말이 귀에 거슬리느냐? 사람이 아들이 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육적인 것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영적인 것은 생명을 준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적인 것이며 생명이다. 그러나 너희 가운데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요한 6,61-64).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불신에 대해서 책망하신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시면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서 언급하신다. 영적인 생명을 훗날 수난과 부활을 통하여 직접 보여주시겠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영적인 생명에 대해서 말씀하시고, 육적인 것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들 중에는 육적인 빵, 즉 보리 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음을 지적하신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불만을 가지고 불평하는 자들과 또한 그들 가운데 배반할 사람이 있음을 말씀하신다.

"예수께서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누구며 자기를 배반할 자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또 이어서 '그래서 나는 아버지께서 허락하신 사람이 아니면 나에게 올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요한 6,64-65).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당신을 배반할 사람에 대해서 알고 계셨다. 그들 가운데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인 가리옷 유다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하신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지난주에 하셨던 말씀을 강조하시면서 아버지께서 허락하셔야만 당신께 올 수 있음을 말씀하신다. 당신의 말씀을 알아듣고 믿으며, 당신을 따르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함을 지난주에 이어 다시 한 번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는 당신께서 곧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영원한 생명을 지니신 분이심을 말씀하시는 것이기도 하다. 역시 우리의 신앙은 은총의 신앙이다. 이때에 제자들의 동요를 복음은 이렇게 말한다.

"이 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 갔으며 더 이상 따라 다니지 않았다"(요한 6,66).

많은 제자들이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예수님 곁을 떠나간다. 영적으로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육적인 것에 뜻을 두고 있던 제자들은 모두 떠나간다. 아마도 당시에 예수님 주변에는 열두 제자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제자라 하면서 따라다녔던 것 같다. 그들이 다 떠난 뒤에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을 보시고 중요한 질문을 하신다.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요한 6,67)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에게 지금 떠나든지, 아니면 남든지 양단간의 결정을 내리라고 하신다.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바라지 않고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처럼 육적인 것에 뜻을 가지고 있으면 떠나라는 것이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결정을 내리라고 하신 것은 먼 옛날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한 질문을 연상케 한다. 오늘 제1독서에 이렇게 나온다.

"만일 야훼를 섬기고 싶지 않거든, 누구를 섬길 것인지 여러분이 오늘 택하시오. 유프라테스강 건너편에서 여러분의 조상들이 섬기던 신을 택하든지, 여러분이 들어 와서 살고 있는 이 땅 아모리인의 신을 택하든지 결정하시오. 그러나 나와 내 집은 야훼를 섬기겠소"(여호 24,15).

여호수아는 가나안 정복에 성공을 거두자 세켐에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지도자들을 모두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누구를 섬길 것인지 결단을 내리라고 하였다.

세켐은 예루살렘이 수도가 되기 전에 군사, 정치의 중심지였으며 또한 종교적 중심지로서 성지의 역할을 한 곳이었다. 이 곳에서 여호수아는 그들의 대답을 듣고 열두 지파와 계약을 체결한다. 그에 의해 세켐에서 체결된 계약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동맹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후세에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호수아는 계약을 맺고 그들을 위하여 규정과 법을 준다.

"여호수아는 그 모든 말을 하느님의 법전에 기록하였다. 그리고 큰 돌을 가져다가 거기 야훼의 성소에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 세우고 온 백성에게 일렀다"(여호 24,26-27).

여호수아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 백성들에게 물었을 때 백성들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우리가 야훼를 저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다니 될 법이나 한 말입니까? 우리를, 아니 우리 조상들을 에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내신 분이 바로 우리 하느님 야훼이신데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바로 우리 눈앞에서 그렇듯이 큰 기적들을 보여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이리로 오는 도중에 시종 지켜 주셨고 우리가 여러 민족들 사이를 뚫고 지나오는 동안 줄곧 지켜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우리도 야훼를 섬기겠습니다. 그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여호 24,16-18).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야훼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받아 내고,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가 모두 하느님의 백성임을 다짐하게 한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하시고 결단을 내리도록 하신다. 그때에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한다.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 가겠습니까? 우리는 주님께서 하느님이 보내신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또 압니다"(요한 6,68-69).

마치 이스라엘이 여호수아 앞에서 야훼 하느님께 신앙을 고백하며 영원하신 하느님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하였듯이, 베드로도 매우 의미 심장한 신앙고백을 한다. 베드로는 열두 제자들을 대표하여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하고 대답하면서 결코 주님을 떠나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확고하게 다짐한다.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함께 열두 제자들의 신앙 결의는 훗날 하느님 자녀들의 공동체인 교회의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오늘 베드로의 이 신앙고백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이며 교회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우리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우리의 신앙고백으로 삼아 영원한 생명을 지니신 주님을 두고 결코 떠나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주님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으로서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계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깊이 깨닫고 그분을 주님으로 굳게 믿어야 한다.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