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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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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일(요한 6,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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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7-25 11:22 조회1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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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지 않을 생명의 빵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오늘은 연중 제18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이다.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은 성사적인 가르침으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이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두 페이지에 걸쳐 긴 담화로 말씀하신다. 당시에 이 가르침이 너무 어려워 제자들마저도 일부는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 하며 수군거렸다. 교회는 이 긴 담화의 말씀을 오늘부터 3주일(연중 제18주일, 제19주일, 제20주일) 동안 복음 말씀으로 우리에게 들려줄 것이다. 일부 제자들마저도 알아듣기 어려워 예수님 곁을 떠난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통하여 주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있으며, 또한 성체성사 신비 안에서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면서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고 있으니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매 미사 때마다 재현하고 있는 우리의 믿음과 신앙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먼저 생명의 빵에 대한 의미를 잘 알아듣기 위하여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말씀의 배경을 알아보자.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셨을 때(지난 주일 복음) 군중들은 '이분이야말로 세상에 오시기로 된 예언자이시다'(요한 6,14) 하고 저마다 감탄하면서 억지로라도 왕으로 모시려고 하였다. 군중들은 죽은 사람을 살리시고, 소경과 절름발이와 중풍병자 등 수많은 병자들을 고쳐주신 것과,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신 것을 보고 대단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질병과 배고픔을 벗어나 달콤한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싶은 삶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공통된 유혹이다. 군중들은 그들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예수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그 낌새를 알아채시고 혼자서 산으로 피해 가시고, 제자들은 그 날 저녁 때 호숫가로 내려가 배를 타고 호수 저편에 있는 가파르나움으로 갔다. 군중들도 예수님을 찾아보았으나 계시지 않자 다른 작은 배 몇 척을 타고 가파르나움으로 간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그런데 군중은 거기에서도 예수와 제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 배를 타고 예수를 찾아 가파르나움으로 떠났다. 그들은 호수를 건너 가서야 예수를 찾아내고 '선생님, 언제 이쪽으로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다"(요한 6,24-25).

군중들은 호수를 건너가서 가파르나움에 예수님께서 계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분명히 예수님께서는 산으로 가셨고, 한 척만 있었던 배는 제자들이 타고 갔는데 그곳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계시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군중들은 간밤에 호수 한가운데서 일어난 '물위를 걸으신 기적'(요한 6,16-21)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찾아온 그들에게 오늘 복음인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전날 저녁에 배불리 먹었던 보리 빵에 온 마음을 쓰고 있던 그들에게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으라고 가르치신다.

"예수께서는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가 지금 나를 찾아온 것은 내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 이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주려는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에게 그 권능을 주셨기 때문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 '하느님의 일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곧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요한 6,26-29).

군중들은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에 대한 깨달음보다는 영원히 배고프지 않을 보리빵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면서, 잘하면 배고프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주는 권능을 당신에게 주셨다는 말씀에 하느님의 일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믿으라고 하신다. 그리고 당신을 믿는 것이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주신다. 이에 사람들은 예수님께 물증이 되는 기적을 요구한다.

"그들은 다시 '무슨 기적을 보여 우리로 하여금 믿게 하시겠습니까?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 그는 하늘에서 빵을 내려다가 그를 먹이셨다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습니다' 하고 말했다"(요한 6,30-31).

사람들은 예수님께 기적을 요구한다. 과거 자기 조상들이 광야 생활을 할 때 모세가 하늘에서 빵을 내려다가 40년간 먹였던 일을 들어 예수님께 그러한 기적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만나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 제1독서에 이렇게 나온다.

"저녁 때가 되자 난데없이 메추라기가 날아 와 그들이 진을 친 곳을 뒤덮었다. 아침에는 진 둘레에 안개가 자욱하였다. 안개가 걷힌 뒤에 보니 광야 지면에 마치 흰 서리가 땅을 덮듯이 가는 싸라기 같은 것이 덮여 있었다. 이것을 보고 이스라엘 백성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서로 '이게 무엇이냐?' 하고 물었다.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야훼께서 너희에게 먹으라고 주시는 양식이다'"(출애 16,13-15).

모세는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굶주리고 허기졌을 때 하느님께 청하여 고기와 떡을 실컷 먹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모세를 통하여 하느님께 더 많은 것을 청하였다. 40년 동안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물과 떡을 주시면서 배불리셨고, 온갖 위험과 죽음에서 그들을 지켜주시며 사랑을 쏟으셨지만, 백성들은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수시로 하느님을 시험하고 불평하면서 더한 기적을 요구하였다. 그와 같이 오늘도 사람들은 그들 조상들과 똑같은 요구로 예수님께 기적을 보여달라고 한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하늘에서 빵을 내려다가 너희를 먹인 사람은 모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진정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이시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며 세상에 생명을 준다"(요한 6,32-33).

예수님께서는 보리빵에 대한 미련을 가진 사람들에게, 광야에서 만나를 주신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생명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음을 가르쳐주신다. 그리고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도 생명의 빵을 깨닫게 하시기 위한 것이었음을 새롭게 가르치신다.

그러나 사람들은 '선생님, 그 빵을 항상 저희에게 주십시오' 하고 말한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생명의 빵에 대한 신비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군중들에게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하시면서 당신을 믿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는 구약시대부터 빵이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고 깊기 때문에(가해-연중 제18주일 참조) 하느님의 생명을 빵이라는 형상을 통하여 알려주고자 하신다. 이제 당신이 곧 생명의 빵이라고 하시면서 당신 자신을 통하여 영적 신비인 하느님의 생명을 주신다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영적인 말씀을 지니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하느님의 생명을 지니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생명은 오직 그분을 통해서만 주어질 것이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