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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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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마르 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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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7-08 08:41 조회179회 댓글0건

본문

파견된 사람들이 지녀야 할 자세

 

"여행하는 데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시며

먹을 것이나 자루도 가지지 말고 전대에 돈도 지니지 말며

신발은 신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신고 속옷은 두 벌씩 껴입지

말라고 분부하셨다"(마르 6,8-9).

 

오늘은 연중 제15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열두 제자의 파견'에 대한 내용이다. 예수님께서는 지난주 복음에서처럼 고향 사람들로부터 냉대를 받으신 뒤에 제자들과 함께 여러 마을을 다니시며 전도를 하시고 가르치셨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그 뒤에 예수께서는 여러 촌락으로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시다가 열 두 제자를 불러 더러운 악령을 제어하는 권세를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다"(마르 6,6-7).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처음으로 여러 마을에 파견하시는데, 이는 제자들의 사도직에 대한 첫 실습과 교육이다. 오늘 복음에서 마르코 복음사가가 전하는 것은 사명에 대한 구체적인 말씀이 아니라 다만 더러운 악령을 제어하는 권세를 주시어 보내셨다는 간단한 말씀이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서를 보면 구체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명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계신다. 

"이스라엘 백성 중의 길 잃은 양들을 찾아 가라. 가서 하늘 나라가 다가 왔다고 선포하여라. 앓는 사람은 고쳐 주고 죽은 사람은 살려 주어라. 나병환자는 깨끗이 낫게 해 주고 마귀는 쫓아 내어라"(마태 10,6-8).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사명을 보면 당신께서 하시는 일과 똑같은 메시아적인 사명임을 볼 수 있다. 하늘나라의 선포와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죽은 사람을 살리신 일, 그리고 나병환자를 낫게 하시고, 마귀를 쫓아내신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제자들이 해야 하는 사명이 하느님께로부터 파견되신 예수님의 일을 대신해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마르코 복음사가는 오늘 복음에서 더러운 악령을 제어하는 권세를 주셨다는 말로 간단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의 권세를 받아 메시아적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보내어진 사람을 '파견된 자', 또는 '파견'이라고 부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파견'은 예정이나 소명과 관계가 있는 개념이지만 어떤 사명을 준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성서에 하느님의 파견이 가장 명백하게 직접적으로 파악되는 것은 예언자들인데 모세가 그 효시이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너는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건져 내어라'(출애 3,10) 하신 하느님의 말씀은 예언자적 소명의 핵심을 이룬다.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따랐고 하느님께로부터 파견된다. 이와 같이 하느님께로부터 개인적으로 파견되었다는 자각은 참된 예언자의 본질적 요소이다. 따라서 하느님께로부터 파견된 사람들이 수행하는 사명은 모두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관련된 것이었다.

예언자들은 백성들의 잘못을 회개 시키면서 때로는 하느님의 벌을 예고하였고, 하느님의 약속을 전달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그 사명을 다했다. 그 외에도 구약성서에 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파견을 볼 수 있다. 예언자들이 예언한 '계약의 빛이요 만국의 빛'(이사 42,6) 이라는 '야훼의 종'의 파견과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야훼께서 파견하시는 신비적 예언자의 파견, 하느님 앞에서 길을 여는 한 사자의 파견, 그리고 엘리야의 파견과 동포에게 야훼의 영광을 보여줄 개종한 이방인의 파견 등이다. 오늘 제1독서에서 아모스는 자신의 파견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본시 예언자가 아니다. 예언자의 무리에 어울린 적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목자요 돌무화과를 가꾸는 농부다. 나는 양떼를 몰고 다니다가 야훼께 잡힌 사람이다.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가서 말을 전하라고 하시는 야훼의 분부를 받고 왔을 뿐이다"(아모 7,14-15).

아모스는 B.C. 750년경에 북부 이스라엘 왕국에서 활동했던 예언자였다. 그는 그의 말대로 본시 목자요 농부였는데, 야훼께 사로잡혀 여로보암 2세가 다스리는 북부 왕국의 온갖 불의를 고발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가르침과 파견은 신약의 서곡이었다. 신약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이며 지혜인 하느님 아들의 파견과 교회 안에 성령의 파견을 설명할 때에 예언자들의 이 교훈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가장 뛰어난 하느님의 사자, 하느님께로부터 파견된 자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시기 때문이다. 악한 소작인의 비유에서도 당신의 사명은 예언자들의 파견을 속행하는 것임을 강조하셨고, 주인은 그 종들을 파견한 후에 자기 아들을 파견하였다고 하시면서 당신이 파견된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상속자이심을 분명히 하셨다. 그리고 그분께서 파견되신 목적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시는 것이며, 율법과 예언서의 가르침을 완성하시는 것이고, 의인이 아닌 죄인을 부르러 오셨으며,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하러 오셨고,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당신 몸을 바치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오늘 하느님께로부터 파견되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파견하신 것처럼 당신의 열두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처음으로 세상에 파견하신다. 당신의 메시아적 사명이 제자들을 통하여 세상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파견에 앞서 그들에게 특별한 교훈을 주시는데, 제자들이 지켜야 할 자세와 몸가짐을 단단히 당부하신다.

"여행하는 데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시며 먹을 것이나 자루도 가지지 말고 전대에 돈도 지니지 말며 신발은 신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신고 속옷은 두 벌씩 껴입지 말라고 분부하셨다"(마르 6,8-9).

여기에서 파견된 자의 원형이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습 그대로를 제자들에게 당부하시고 계심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디서 누구의 집에 들어 가든지 그 고장을 떠나기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그러나 너희를 환영하지 않거나 너희의 말을 듣지 않는 고장이 있거든 그 곳을 떠나면서 그들을 경고하는 표시로 너희의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려라"(마르 6,10-11).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행동 강령을 주신다. 고장을 떠나기까지 누구의 집에 들어가든지 그 집에 머물고 옮겨 다니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이집 저집으로 옮겨 다닌다는 것은 파견된 자의 사명의식이 흩어지고, 시간을 낭비하면서 세속적인 일이 메시아적 사명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영하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그 곳을 떠나면서 경고하는 표시로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리라고 하신다. 파견된 자를 환영하지 않거나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파견하신 분을 환영하지 않거나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는 것이며, 이는 하느님을 환영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니 제자들에게 먼지를 털어 버리라고 하시는 것이다. 먼지를 털어 버리는 것은 부정을 털어 버리는 상징적인 것이다. 종교적인 부정이란 이방인들이 가지는 우상숭배와 거기에 따르는 부정적인 요인들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를 털어 버리라고 하신다. 이스라엘의 야훼 하느님께 대한 신앙은 항상 정결함을 요구하였고, 하느님 앞에 나서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하며, 이방인의 우상 숭배와 부정에 물들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로부터 파견된 제자들은 여러 마을로 나가 그들의 사명을 수행한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이 말씀을 듣고 열 두 제자는 나가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가르치며 마귀들을 많이 쫓아내고 수많은 병자들에게 기름을 발라 병을 고쳐주었다"(마르 6,12-13).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파견하신 대로 그들의 사명을 다한다.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을 맞아들이라고 외치고, 예수님께서 주신 권세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수많은 병자들을 기름을 발라 고쳐주면서 메시아적인 권능으로 그분을 증언한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제자들이 병자들에게 기름을 발랐다고 전하고 있는데, 도유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축성이다. 구약성서에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보내신 메시아, 왕들에게 기름 부어 축성하셨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신적인 권세로 기름 부어 그들의 병을 고쳐준 것이다.

하느님의 파견된 자들은 넓은 의미로 하느님 백성의 역사 안에서 섭리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사명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사명에 있어서 그리스도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모두가 주님으로부터 파견된 자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파견된 자로서 예수님과 똑같이 파견된 자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아무것도 갖지 않으신 가난한 모습의 예수 그리스도처럼, 또한 제자들처럼 그 사명을 다해야 한다.

 

"가서 하늘 나라가 다가 왔다고 선포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