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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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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0주일(마르 3,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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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6-03 09:09 조회228회 댓글0건

본문

베엘제불과 성령을 모독한 죄


"나는 분명히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든 입으로 어떤 욕설을 하든

그것은 다 용서받을 수 있으나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그 죄는 영원히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마르 3,28-29).

 

오늘은 연중 제10주일이다.

연중 제10주일 복음은 성령을 모독한 죄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복음의 배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가파르나움에서 있었던 일이다. 예수님께서는 전도를 시작하시면서 많은 기적들을 행하시고 여러 가지 가르침을 주셨다. 그리고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시고 그들을 당신 곁에 두셨다. 그런 후에 열두 제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다. 그때에 예수님의 친척들이 예수님에 대한 소식을 듣고 예수님을 붙들려고 왔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예수께서 집에 돌아 오시자 군중이 다시 모여 들어서 예수의 일행은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예수의 친척들은 예수를 붙들러 나섰다.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에서 내려 온 율법학자들도 예수가 베엘제불에게 사로잡혔다느니 또는 마귀 두목의 힘을 빌어 마귀를 쫓아낸다느니 하고 떠들었다"(마르 3,20-22).

예수님께서 전도를 시작하실 즈음에 마귀를 쫓아내시는 것을 보고 예수님께서 미쳤다는 소문이 퍼진 것 같다. 그리고 율법학자들도 그 기회를 통하여 소문을 더 많이 퍼뜨려 예수님을 곤욕스럽게 하였다. 예수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의 근원을 보면 예수님께서 전도를 시작하시면서 행하신 많은 기적들임을 볼 수 있다. 더러운 악령 들린 사람을 회당에서 고쳐주셨고, 시몬 베드로의 집에 가셔서는 베드로의 장모의 열병과 온갖 병자들을 고쳐주셨으며, 많은 마귀들을 쫓아내셨고, 나병환자를 낫게 해주셨고, 중풍병자도 고쳐주셨던 일들이다.

율법학자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일들이 심히 못마땅해서 비방하고 시비를 걸었다. 비방과 시비, 방해는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 특히 예언자들이 당하는 공통된 점이다. 과거 예언자들이나 세례자 요한이 하느님의 일을 할 때도 반대하고 시기하던 사람들은 그들을 미쳤다고 했다. 이때 율법학자들은 반대자들과 함께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에 대해서 '베엘제불에 사로잡혔다느니 또는 마귀 두목의 힘을 빌어 마귀를 쫓아낸다' 하고 소문을 퍼뜨렸다. 

베엘제불은 누구인가? 베엘제불이란 '귀신의 왕, 즉 사탄'이다. 베엘제불은 열왕기 하권에 나오는 블레셋 사람들의 우상 바알즈붑과 동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에크론의 신 바알즈붑에게 사람을 보내어 자기의 병이 회복될 수 있는지를 문의하게 하였다"(2열왕 1,2).

바알즈붑이 성서에 나온 것은 이스라엘 왕 아합이 자기 아들 아하지야가 병들자 에그론의 신 바알즈붑에게 그의 병이 낫겠는가를 묻게 하는 데서 나타난다. 아합은 하느님을 저버리고 이방인의 신인 바알즈붑에게 자기 아들을 의탁하였다. 성서에 나오는 에크론은 아주 옛날 가나안의 마을이었는데, 후에 블레셋 사람의 땅이 되었던 곳이다. 그리고 에크론의 종교는 바알 신을 숭배하는 형태였고, 이 바알 신의 숭배가 이스라엘에 틈입해 들어왔다. 따라서 바알 신인 베엘제불은 하느님께 대한 최대의 적대자로서 하느님을 대적하는 악마를 이교도식으로 부르는 호칭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시는 것을 보고 베엘제불과 마귀 두목의 힘을 빌어 마귀를 쫓아낸다고 하였다. 소문은 널리 퍼져 나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현혹하였고 예수님의 친척들마저도 그들의 말에 걱정이 되어 예수님을 붙잡으려고 찾아왔다.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시면서 겪으시는 곤욕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불러다 놓고 비유로 말씀하신다.

"사탄이 어떻게 사탄을 쫓아낼 수 있겠느냐? 한 나라가 갈라져 서로 싸우면 그 나라는 제대로 설 수 없다. 또 한 가정이 갈라져 서로 싸우면 그 가정도 버티어 나갈 수 없다. 만일 사탄의 나라가 내분으로 갈라진다면 그 나라는 지탱하지 못하고 망하게 될 것이다"(마르 3,23-26).

사탄과 사탄이 싸우면 서로 망하지 않겠느냐 하시며 크게 꾸중하시고, 당신을 트집잡는 그들에게 성령을 거스르는 죄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든 입으로 어떤 욕설을 하든 그것은 다 용서받을 수 있으나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그 죄는 영원히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마르 3,28-29).

이는 당신께 성령이 와 계심을 말씀하신 것이다. 성령과 함께 말씀하시고 행동하시는 예수님께서는 곧 하느님이셨기 때문에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을 모독하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며 모독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아들이 베엘제불에 사로잡혔다든지, 또는 마귀 두목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비방하는 사람은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이며 구원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다. 다른 죄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그 죄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 후반부에 당신의 어머니와 형제와 자녀들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아직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깨닫지 못하고, 반대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의 소문에 마음을 쓰며 걱정하는 어머니와 친척들에게 교훈을 주시는 말씀이다.

"그 때 예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밖에 와 서서 예수를 불러 달라고 사람을 들여 보냈다. 둘러 앉았던 군중이 예수께 '선생님, 선생님의 어머님과 형제분들이 밖에서 찾으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시고 둘러 앉은 사람들을 돌아 보시며 말씀하셨다.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마르 3,31-35).

예수님께서는 멀리 고향 나자렛에서 어머니와 친척들이 가파르나움에 왜 왔는지 잘 알고 계셨다. 그들이 훗날에 예수님의 현의를 깨닫고 예수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 헌신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지만, 이 기회를 통하여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신다. 하느님의 아들을 믿고 받아들이는 새로운 공동체, 교회 안에서 새롭게 살아가게 될 하느님 자녀들의 공동체를 암시하신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과 함께 운명을 같이하면서 죽음까지도 받아들여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임을 가르쳐주신다. 하느님 자녀들의 공동체 안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가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 이를 우리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다.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