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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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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마르 14,12-16.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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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5-27 09:10 조회249회 댓글0건

본문

성찬과 성체성사와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떼어 나눠 주시며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하고
말씀하셨다"(마르 14,22).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이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를 기념하면서 성체와 성혈의 신비를 묵상하는 날이다.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라는 보이는 표징으로 '보이지 않는 내적 신비'를 드러내신 성체성사를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성체와 성혈의 신비인 성체성사를 '과월절-유월절' 음식을 나눈 최후 만찬석상에서 세우셨다. 복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무교절 첫 날에는 과월절 양을 잡는 관습이 있었는데 그 날 제자들이 예수께 '선생님께서 드실 과월절 음식을 저희가 어디 가서 차렸으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제자 두 사람을 보내시며 '성 안에 들어 가면 물동이에 물을 길어 가는 사람을 만날 터이니 그를 따라 가거라. 그리고 그 사람이 들어 가는 집의 주인에게 '우리 선생님이 제자들과 함께 과월절 음식을 나눌 방이 어디 있느냐고 하십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러면 그가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된 큰 이층 방을 보여 줄 터이니 거기에다 준비해 놓아라' 하고 말씀하셨다"(마르 14,12-15).
이렇게 이층 방에 마련된 과월절 음식이 훗날 최후만찬이 되며 성체성사가 세워지는 '성찬'이 된다. 
올해는 성찬의 의미와 함께 복음서 본문에 대해서 알아보자. 왜냐하면 '성찬'에 대한 용어를 알아봄으로써 '성체성사인 미사의 의미'를 좀더 쉽고 바르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찬'이란 말은 그리스어로 '에우카리스티아'(Eucharistia)로, 본래 사은의 뜻을 지니고 있기에 감사의 예를 뜻한다. 에우카리스티아는 주로 인간 상호간의 관계를 표현하지만, 일반적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1데살 3,9)은 기도의 형태를 취하고 있음을 바오로 서간의 서두에서 알 수 있다(1데살 1,2). 바오로 사도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데살 5,17-18).
감사를 드린다는 말은 자연적으로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을 찬미하는 축복의 기도와 연결된다. 이 '위대한 업적'이란 특히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 내시어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신, 즉 구원의 역사 안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였다. 따라서 '위대한 업적'이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은혜이기에 감사와 찬미가 우러나오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사의 예는 자연적으로 과거에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혜들을 기억하는 '기념'(그리스어 Anamnesis)의 말씀을 동반하게 된다. 그러기에 에우카리스티아와 '에울로게오'(그리스어 Eulogeo; 찬미하다, 축복하다)는 동등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렇게 감사와 찬미와 축복의 일치는 특히 유다인들의 식사에서 뚜렷하게 표현되었다. 그들은 식사 때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양식에 대해서 감사하고 찬미하는 축복의 기도를 바치는 풍습을 지니고 있었다. 바오로 사도도 이러한 뜻에서 감사를 드리고 음식을 먹으라고 권유했던 것이다.
"음식은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것으로서 진리를 깨닫고 신도가 된 사람들이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으라는 것입니다"(1디모 4,3).
이러한 마음으로 감사드리고 찬미하면서 축복의 기도를 바치는 것은 예수님의 행적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첫 번째 빵의 기적을 행하셨을 때 공관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축복'을 하셨다(마르 6,41)고 하고, 요한 복음서는 '감사'를 올렸다(요한 6,11)고 전한다. 그리고 두 번째 빵의 기적을 행하셨을 때도 마태오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마태 15,36)고 하고, 마르코 복음은 빵 위에는 감사의 기도를, 그리고 물고기 위에는 축복을 하셨다(마르 8,6-7)고 전한다. 이와 같이 식사에서 '감사'와 '축복'이 같은 동의어로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코 복음을 보면 최후의 만찬석상에서도 빵에 대해서는 축복을(마르 14,22), 술잔에 대해서는 감사를 드렸다(마르 14,23)라고 전하고 있고, 바오로 사도는 이와 반대로 빵에 대해서는 감사를(1고린 11,24), 술잔 위에는 축복을(1고린 10,16) 드렸다고 말한다. 이처럼 감사와 축복은 만찬석상에서 함께 쓰이는 것으로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을 찬미하는 기도였다.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예수님께서 수난 전날 저녁에 제정하신 이 거룩한 행위를 재현하면서 이를 일반적으로 '에우카리스티아', 즉 '성찬'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였다. 따라서 이 용어는 인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을 지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하느님의 '위대하신 업적'을 찬미한다는 의미를 더 많이 지니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에우카리스티아', 즉 '성찬'에서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성체와 성혈로 변화시키셨다. 즉 빵과 포도주 위에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인 성체성사는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에 감사드리며 찬미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신약성서에서는 성체성사를 세우신 주님의 성찬에 대해서 네 곳에서 전하고 있다. 그중에서 오늘 복음은 마르코 복음사가가 전하는 '성찬'에 대한 기록이다.
주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성찬에 대한 공관 복음의 내용을 보면, 초대교회가 성찬례를 행하고 있었던 전례의 전승을 반영하고, 바오로 사도 역시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사실을 중요하게 전하고 있는데 이는 초대교회가 행한 전례로 전해진다. 다시 말해서 초대교회는 이미 처음부터 주님께서 세우신 성찬의 전례를 거행하고 있었다.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기록은 간결하고 엄숙한 문체로 되어 있다. 이러한 성서 기록은 초대교회들이 주님의 만찬인 성찬례를 어떻게 지냈는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오늘 복음인 마르코 복음은 팔레스티나의 전승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좀더 그리스적 표현을 구사한 바오로는 안티오키아와 소아시아의 여러 교회들의 전승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오늘 복음에서 마르코 복음사가는 성체성사의 제정을 이렇게 전한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떼어 나눠주시며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건네시자 그들은 잔을 돌려 가며 마셨다. 그 때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나의 피다.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마르 14,22-24).
예수님께서는 과월절 음식을 제자들과 함께 나누시면서 빵에는 '축복의 기도'를, 그리고 포도주에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면서, 유다인의 전통 식사처럼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에 감사를 드리며 찬미하는 축복의 기도를 바치신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인 과월절 음식에 새로운 '파스카 음식'의 의미를 부여하신다. 즉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피다.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라고 하신다. 이제 '빵과 포도주'인 과월절 음식은 '주님의 몸과 피'인 새로운 파스카 음식이 된다. 즉 빵과 포도주가 새로운 파스카 음식인 성체와 성혈로 바뀐다. 이로서 과월절 음식이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을 찬미하였다면, 파스카 음식인 주님의 몸과 피는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을 찬미함과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한 업적을 찬미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한 업적이란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성체성사 안에서 주님의 위대한 업적에 감사드리고 찬미하면서 축복의 기도를 바치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에서 주님의 피 흘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하물며 성령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흠없는 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깨끗하게 하는 데나 죽음의 행실을 버리게 하고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하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겠습니까?"(히브 9,14)
예수님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신다.
"잘 들어 두어라.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 날까지 나는 결코 포도로 빚은 것을 마시지 않겠다"(마르 14,25).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를 세우시면서 새 포도주를 마시게 될 하느님 나라의 성찬을 암시하신다. 이 새로운 파스카 음식은 훗날 하느님 나라에서 있을 종말론적인 천상 음식의 표상이 된다. 즉 성체성사는 종말에 있을 천상 잔치를 미리 체험하게 하는 성찬인 셈이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심으로써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천상잔치에 참여시켜 주신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종말의 그 날까지 주님께서 내어주신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며 성체와 성혈의 신비 안에서 주님의 업적을 기념하고 재현할 것이다. 따라서 성체성사는 하느님 나라의 잔치이며 주님의 크신 업적에 감사드리는 축복의 기도이다.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