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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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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일(요한 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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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7-22 08:51 조회1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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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기적에 관한 필립보와의 대화

 

"예수께서 베푸신 기적을 보고 사람들은 '이분이야말로

세상에 오시기로 된 예언자이시다' 하고 저마다 말하였다"(요한 6,14).

 

오늘은 연중 제17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요한 복음사가가 전하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성사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기적이며, 4복음서 모두 이를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이 기적의 배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유다인의 명절(과월절)이 되어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가 갈릴래아로 돌아오시어 호수 건너편에서 행하신 것을 알 수 있다. 복음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그 뒤 예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 곧 티베리아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는데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예수를 따라 갔다. 그들은 예수께서 병자들을 고쳐주신 기적을 보았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산등성이에 오르셔서 제자들과 함께 자리잡고 앉으셨다. 유다인들의 명절인 과월절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요한 6,1-4).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의 배경에 대해서는 요한 복음서와는 달리 공관 복음서에서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마태오 복음서와 마르코 복음서를 비교해 보면 약간은 다른 면이 있지만 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금년 '나해'는 아무래도 마르코 복음서를 중심으로 주일 복음이 전개되기 때문에 마르코 복음서에 기록된 기적의 배경을 살펴보기로 하자.

지난주 복음이 오늘 사건과 연관이 되어 그 배경이 되고 있는데 각 마을로 파견되었던 열두 제자들이 돌아와서 그들이 수행했던 일을 예수님께 보고하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좀 쉬자'고 하셨다. 그러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시고 목자 없는 양과 같은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셨다. 그러다 보니 저녁 때가 된 것이다. 마르코 복음서를 보면 저녁 때가 되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여기는 외딴 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군중들을 헤쳐 제각기 음식을 사 먹도록 농가나 근처 마을로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마르 6,35-36) 하고 말씀드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하신다. 그런데 오늘 요한 복음서에서는 예수님께서 필립보와 대화를 나누신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예수께서는 큰 군중이 자기에게 몰려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이 사람들을 다 먹일 만한 빵을 우리가 어디서 사올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 이것은 단지 필립보의 속을 떠보려고 하신 말씀이었고 예수께서는 하실 일을 이미 마음속에 작정하고 계셨던 것이다. 필립보는 '이 사람들에게 빵을 조금씩이라도 먹이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를 사온다 해도 모자라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요한 6,5-7).

요한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필립보와 대화를 나누시면서 행하시는 것으로 유일하게 전하고 있다. 

필립보는 누구인가? 그는 우리가 알다시피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이다. 사도들에 대한 복음서의 명단들 속에는 그의 이름이 변하지 않고 다섯 번째로 나온다. 초대교회는 그를 사도행전에서 복음 전파자로 나오는 필립보와 구별하기 위해서 '사도 필립보'라고 불렀다. 그의 고향은 베드로와 안드레아의 고향인 갈릴래아 호수의 서해안에 있는 작은 어촌인 베싸이다로 전해진다. 필립보는 즈블론 지파 출신이라는 전승도 있다. 그는 처음에 안드레아와 함께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던 것 같다(요한 1,44)고 전해지며,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로부터 얻은 한 전승에 의하면 그는 예수님을 따르기 전에 그의 아버지를 장사지내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람이었다고 전한다(마태 8,21). 공관 복음서에는 필립보가 단순하게 언급되어 있으나 요한 복음서에는 필립보가 처음 제자로 불리움을 받은 사람들 중 한 사람(네 번째)으로 나온다. 그는 나타나엘을 예수님께 데려오면서 그에게 구약에서 예언한 메시아를 발견했다고 하면서 중개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요한 1,45-46). 그리고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개인적으로 관련되어 예수님의 주요한 대화 상대자로 나타난다. 

필립보는 소탈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소심한 사람이었고, 침착한 성품을 지닌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으나 겁 많고 수줍음 많은 사람으로 전해진다. 당시에 필립보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현의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고 메시아이신 하느님의 아들을 믿는 데 주저했음이 나타난다. 

필립보는 그의 성품대로 오늘 예수님의 말씀에 '이 사람들에게 빵을 조금씩이라도 먹이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를 사온다 해도 모자라겠습니다' 하고 걱정하였다. 그가 예수님의 말씀에 걱정하고 있는데,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여기 웬 아이가 보리 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습니다마는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되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안드레아의 말을 들으시고 당신께서 하고자 하시는 일을 하신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사람들을 모두 앉혀라' 하고 분부하셨다. 마침 그 곳에는 풀이 많았는데 거기에 앉은 사람은 남자만 약 오천 명이나 되었다. 그 때 예수께서는 손에 빵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달라는 대로 나누어 주시고 다시 물고기도 그와 같이하여 나누어 주셨다.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 난 뒤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조금도 버리지 말고 남은 조각을 다 모아 들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래서 보리빵 다섯 개를 먹고 남은 부스러기를 제자들이 모았더니 열 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요한 6,10-13).

예수님께서 드리신 '감사의 기도'는 성서에서 중요한 종교적인 의미로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면서 은혜에 대한 찬미를 드리는 기도이다. 유다인들은 전통적으로 그들의 식사에서 하느님께서 조상 대대로 베풀어주신 업적과 은혜들을 기억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이 주시고자 하시는 빵을 들어 먼저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다. 예수님께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이 빵은 훗날 성체성사 신비 안에서 예수님의 몸이 되며 그 예표가 된다.

예수님께서는 감사 기도를 드리신 다음에 남자만 오천 명이나 되는 그 많은 사람들에게 빵과 물고기를 달라는 대로 나눠주시고 배불리 먹게 하신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조금도 버리지 말고 남은 조각을 다 모아들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빵은 먹고 남은 것을 버릴 수 있는 빵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빵이며,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과 깊은 사랑이 담긴 생명의 빵이다. 먹고 남은 부스러기를 모았더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고 전한다. 구약성서에서 먹고 남았다는 표현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넘치고 있음을 말하고 있듯이, 이는 예수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랑과 자비가 넘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베푸신 기적을 보고 사람들이 저마다 이렇게 말하였다.

"이분이야말로 세상에 오시기로 된 예언자이시다"(요한 6,14).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을 통하여 사람들은 예수님을 예언서에서 예언된 예언자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요한 복음사가는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을 통하여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시기로 된 예언자이심을 증언한다. 오늘 행하신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훗날 성체성사의 의미를 미리 보여주신 성사적인 기적이다. 우리는 오늘날 성체성사 안에서 주님께서 주신 빵,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면서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이심을 깨닫고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

 

"이분이야말로 세상에 오시기로 된 예언자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