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 무형문화유산 인정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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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4-22 조회 476회본문
‘당진시 천주교 연도 의례의 미래무형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전망’ 학술대회에서 경주대 문화재학부 허용호 교수(왼쪽)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당진시 제공
박해를 피해 충청남도 지역에 뿌려진 신앙의 씨앗이 지역의 고유한 문화로 자리매김, 문화유산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내포지역 신자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신앙유산이 지역의 전통적인 서민문화로 뿌리내린 것이다.
당진시청은 3월 22일 대전교구 합덕성당에서 ‘당진시 천주교 연도 의례의 미래무형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전망’ 학술대회를 열고 합덕지역 연도의례의 가치를 확인했다. 지역의 가치있는 비지정 무형문화유산을 발굴하고자 ‘미래 무형문화유산 발굴·육성 사업’을 시작한 문화재청은 2022년 9월, 21개 신규사업을 선정했다. ‘합덕 지역의 천주교 상장 의례 연도’도 그 안에 포함됐다. 불교를 제외하고, 종교 의례로서 유일하게 선정된 합덕 지역의 연도가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합덕 지역의 천주교 상장 의례는 단순히 상장례 기도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전통적인 장례 부조 문화인 연반계의 역할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무형문화유산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신연도가 쓰이기 전, 한국 천주교의 위령기도는 시편이나 성인호칭기도 등을 전통적인 낭송조 가락에 얹어 두 그룹이 노래하듯이 주고받으며 불렀다”며 “전통 상장례의 민요적 요소, 전통 낭송조 음악의 특성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형유산적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광(이냐시오) 고려대 명예교수는 19세기 신앙공동체에 대해 “교우촌의 연도는 상을 당한 집 이웃만의 일이 아닌, 인근 교우촌의 신도까지도 함께 모여서 망자를 떠나보내고 신앙을 다짐하는 행사로 진행됐다”며 “이 연도공동체는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드러나는 상장례의 의미를 함축함과 함께 당시 민인들이 중심되어 수행되던 상장계적 특성도 함께 드러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위령기도가 오선 악보에 기보 돼 보급된 것은 20세기 말 무렵이다. 그전에는 구전으로 전승돼 지역마다 다른 음악적 특성을 보였다.
한국가톨릭상장례음악연구소 강영애(데레사) 연구실장은 “연도 가락은 그레고리오 성가뿐만 아니라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독서 소리, 정가(正歌), 민속음악, 제례음악 등을 모방한 후 지역별 특성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지역에서 사라진 연도의 전통이 합덕 지역에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천주교 신자의 비중이 높은 당진·합덕 지역에서 여전히 연도와 관련한 의례와 연행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당진시청 문화체육과 고대영 학예연구사는 “현재도 합덕 지역 주민의 90%가 천주교 신자일 정도로 압도적”이라며 “이러한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에 합덕 지역에서는 천주교가 단순히 종교라기보다는 지역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포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성태(요셉) 신부는 “합덕 지역은 대대로 천주교를 믿어온 신자들이 많기 때문에 집안에서 구연도를 바치는 경우가 많이 다른 지역보다 연도의 전통이 보존되기 좋은 환경”이라며 “옛날 연도를 발굴하는 것은 신앙의 복구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기에 다른 지역에서도 옛 연도를 찾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가톨릭신문 4월 7일자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